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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크리스마스의 기적 우리가 만들었죠”

입력 | 2007-12-06 02:56:00


■ 세종문화회관 크리스마스 공연 ‘애니’의 아역배우들

귀여운 꼬마 소녀 애니가 마침내 크리스마스를 차지했다.

뮤지컬 ‘애니’가 흥행보증수표로 꼽히며 수년간 크리스마스 공연으로 군림해 온 ‘호두까기 인형’을 밀어내고 공연 최대 성수기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3200석) 무대에 오르게 된 것. ‘애니’는 지난해 11월 말 초연 당시 열흘만 공연됐으나 호평에 힘입어 올 10월 열린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쓰릴미’ 등 쟁쟁한 성인 뮤지컬을 누르고 베스트외국뮤지컬상을 수상했다.

○ 아역 배우의 파워

“살기 힘들어, 정말! 살기 힘들어, 정말!….”

4일 오후 4시.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뮤지컬단 연습실에서는 ‘애니’ 연습이 한창이었다.

고단한 세상을 노래하는 것은 9명의 아이들. 극중 고아 역을 맡은 이들은 어른 뺨치는 노래와 춤 솜씨를 자랑하며 연습실을 종횡무진 누볐다. 극중 막내인 몰리 역을 맡은 김미랑(9)이 술 한 잔 걸친 악독한 고아원 원장 흉내를 내며 팔자걸음으로 비틀거리며 걷는 등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치자 이를 지켜보던 ‘동료’ 성인 배우 사이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고아원 원장 역을 맡은 배우 전수경(40)은 “아이들이 너무 잘해 어른 배우들이 오히려 긴장하게 된다”며 “간혹 애드리브(즉흥대사)를 하면 애들인 만큼 당황하기도 해 그런 점은 신경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유희상 서울시뮤지컬단장도 “아이들은 지적하면 다음 날 바로 고치는 등 어른 배우보다 낫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작품에 출연하는 아역은 11명. 모두 오디션으로 선발했다. 올해 애니 역은 지난해 이 역을 맡았던 이지민(11)과 ‘라이온 킹’에서 어린 ‘나라’ 역을 맡았던 박도연(10)이 더블 캐스팅됐다. 가장 어린 출연 배우는 고아 ‘케이트’ 역에 캐스팅된 주지원(6). “올해 열심히 해서 내년에는 꼭 몰리를 하고 싶다”는 지원이는 연습 내내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뭔가를 끼적거렸다. 슬쩍 수첩을 건너보니 서툰 글씨체로 “두 팔을 앞으로 더 쫙쫙 뻗기” “겸손하자” “탭 댄스를 더 연습하기” 등 메모를 적어 놨다.

이런 아역 배우들의 활약에 힘입어 ‘애니’는 5일 현재 인터파크 뮤지컬 예매 순위 10위 안에 드는 등 서울시뮤지컬단 창단 이후 최대 흥행작이 됐다.

아역 배우들이 많다 보니 휴식시간 풍경도 다른 연습실과는 좀 달랐다. 연습실 바닥에서 몇몇 아이가 엎드려 뭔가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수학 총정리 정답 및 풀이’. 3, 4학년 아이들은 “이번 주 기말 시험이 있어 틈틈이 문제집을 푼다”고 했다.

○ 가족 뮤지컬의 성공 요인

미국에서 1976년 초연된 ‘애니’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고아 소녀 애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토니상 7개 부문 수상작이다. 서울시 뮤지컬단에 따르면 “예매자 대부분이 30, 40대이며 예매자의 50% 이상이 3장 이상의 티켓을 구매하고 있어 가족 단위 관람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VIP석은 공연 마지막 날까지 98%가 이미 팔려 나간 상태. 경쟁 공연인 ‘호두까기 인형’의 최고 티켓 가격이 7만 원인 데 비해 ‘애니’는 VIP석이 4만 원(올해는 5만 원)이라는 점도 유리한 점이다.

유 단장은 “‘애니’는 ‘가족 뮤지컬=아동 뮤지컬’이라는 인식을 깨고 성인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며 “매년 크리스마스의 고정 레퍼토리로 무대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15∼29일. 02-399-1772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