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관심 줄어들고 경제이슈 급부상
대선후보들 ‘경제대통령’ 이미지 강화 주력
“문제는 경제란 말이야, 바보들아!(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슬로건이다. 당시 걸프전 승리를 이끌었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정체된 ‘경제’에 발목이 잡혀 결국 경제 문제를 선거 전략으로 내세운 클린턴 후보에게 패배했다.
그 후 선거에서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자주 인용돼 온 이 말이 다시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얼마 전까지도 2008년 미국 대선에선 이라크전쟁이 압도적인 이슈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유권자들의 관심사는 ‘경제’로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올해 6월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두 가지’를 묻는 질문에 ‘이라크전’을 꼽은 비율이 53%였으나 11월에는 46%로 줄었다. 반면 ‘일자리 창출 및 경제성장’을 꼽은 비율은 17%에서 27%로 증가했다.
USA투데이와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 선거에서 고려할 가장 중요한 문제’를 묻는 질문에 ‘이라크전’이라고 답한 미국인이 4월 42%에서 11월 36%로 줄었다. 그 대신 ‘경제 문제’는 13%에서 16%로 증가했다.
이처럼 경제 문제가 대선의 이슈로 부상한 것은 장기호황을 누려온 미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
주택경기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미국의 자존심인 달러화까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대선 후보들도 경제이슈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한시적으로 금리 동결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민주당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이보다 강도를 높여 ‘5년 금리동결’이라는 처방을 제안했다.
공화당 선두주자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최근 경제전문 케이블 TV인 CNBC에 출연해 감세정책 필요성 등을 강조하며 ‘경제 대통령’ 이미지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경제 이슈 부각’으로 유리해지는 쪽은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디일까. 예전 대선에서는 경제가 핵심 이슈로 부각될 경우 대체로 민주당에 유리했다. 공화당은 국가안보 이슈에 강하고 민주당은 경제와 교육 등 국내 이슈에 강한 전통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경우 계산이 간단치 않다. 경제 문제가 부각될수록 ‘공화당의 실정’으로 평가되는 이라크전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기 때문. 이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는 ‘경제 부각’의 득실을 따질 방정식이 한층 복잡해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