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인가, ‘용장’인가.
대한축구협회가 성격이 전혀 다른 두 명의 감독후보를 놓고 최후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은 5일 “제라르 울리에(60·프랑스) 및 마이클 매카시(48·영국)와 접촉 중이다”라고 시인한 뒤 “2, 3일 내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김남일(수원 삼성) 김두현(성남 일화) 등 결혼을 앞둔 선수들의 인사를 받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프랑스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울리에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축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지장이다. 잉글랜드 리버풀 등에서 마이클 오언, 스티븐 제라드 등 슈퍼스타들을 이끌고 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나 프랑스 대표팀을 이끌고 1994년 미국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카리스마는 다소 약하다는 평. 일부에서는 한국 대표팀 감독에서 중도하차했던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을 연상시킨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반면 매카시는 강직한 지도 스타일을 보이지만 독선적이라는 평.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아일랜드를 16강으로 이끌었지만 팀의 간판스타 로이 킨과 불화를 일으켜 그를 경기 직전 쫓아내기도 했다. 매카시는 아일랜드 대표팀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지만 프로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잉글랜드 밀월 및 선덜랜드 등에서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두 사람의 색깔은 매우 다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협회의 선정 기준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편 호주 아일랜드도 두 감독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협회가 두 감독 중 ‘누가 한국에 적합한지’를 따지기보다 ‘누가 한국에 올 수 있는지’를 앞세우는 ‘상황 논리’에 따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