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씨의 가족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게 유리하게 진술하면 형량을 낮춰 주겠다’고 검찰이 먼저 제안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검찰은 이틀 연속 반박에 나섰다.
김 씨를 직접 신문한 최재경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김기동 특수1부 부부장 검사는 5일 수사 결과 발표 때 김 씨와의 조사 내용까지 공개하면서 김 씨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부부장은 “2, 3일 전 김 씨가 ‘제가 장사꾼입니다. 장사꾼은 계산이 맞아야 하는데 사문서 위조를 인정할 테니 불구속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어이가 없어서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의 변호사들도 (그 과정을) 다 알고 있다”고 했다.
최 부장도 “김 씨는 한국으로 송환돼 공항에서 승합차를 타고 (검찰로) 올 때부터 공항에 나갔던 검사한테 ‘내가 얼마나 살 것 같으냐’고 먼저 물을 정도로 형량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 “당시 검사는 12년이라고 말했는데 그 뒤로도 김 씨는 수시로 형량 협상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의 변호사와 검사가 “한국에는 형량을 협상하는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 제도가 없다”고 김 씨에게 설명했을 때 오히려 김 씨가 “왜 그런 제도가 없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는 것.
다른 검찰의 핵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파악해 보니 김 씨가 형량 문제를 놓고 변호인과 주로 얘기한 내용을 검찰이 요청한 것처럼 메모지에 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주간지는 4일 김 씨가 “한국 검찰이 이명박을 많이 무서워하고 있어요. 저에게 그러기에 이명박 쪽이 풀리게 하면 3년으로 맞춰주겠대요”라고 쓴 메모를 인용해 보도했다.
정치권에서 이 보도를 근거로 검찰이 이 후보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김 씨를 회유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 측의 김정술 법률지원단장은 이날 “김 씨는 검찰로부터 ‘정치적으로 사건이 민감해 검찰도 살아남아야 하는데 이 후보를 치기가 어렵다. 반대로 가기도 어렵고 김 씨가 진술을 중간으로 갔으면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날 김 씨 변호인 자격으로 김 씨를 1시간 20분 동안 접견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