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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아내가 만든 가짜 도장으로 계약서 위조

입력 | 2007-12-06 02:56:00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소속 검사 12명은 5일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형사 처벌 여부를 놓고 전체 회의를 열었다.

검사들은 이 후보의 BBK 주가조작 공모와 다스, BBK 실소유 의혹에 대해 “혐의가 없으니 불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만장일치로 내놓았다. 이어 임채진 검찰총장 주재로 대검찰청에서도 검사장급 이상 대검 간부 전원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지만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한글계약서 위조됐다

▽김경준 씨, 이 후보 도장 베껴 임의로 사용=김경준 씨는 지난달 16일 송환 직후 ‘2000년 2월 21일 이 후보가 BBK 주식 61만 주를 49억9999만5000원에 매도한다’는 내용이 적힌 한글 계약서의 사본을 검찰에 제출했다.

김 씨 측은 이 계약서가 “BBK 주식을 1주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해왔던 이 후보의 말과는 달리 이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계약서에 찍힌 도장을 대검찰청 문서감정실로 보냈다. 그 결과 계약서의 도장은 2000년 6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서류에 찍힌 이 후보의 업무용 도장이나 이 후보의 인감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검찰은 김 씨의 아내 이보라 씨가 2000년 7월경 직원에게 이 후보의 업무용 도장이 찍힌 금감원 서류 여러 장을 보여 주면서 “유사한 도장을 하나 만들어 오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도장을 김 씨가 임의로 사용한 것이다.

당시 이 후보의 도장은 LKe뱅크의 금고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김 씨나 이 씨가 접근할 수 없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게 전직 직원들의 진술이었다.

▽위조 문서 양식 직원 컴퓨터에 보관=검찰은 김 씨가 제출한 한글 계약서가 2000년 2월에 작성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종이의 재질을 분석하는 도중에 컬러 잉크 성분이 함유된 사실을 발견한 것.

검찰은 프린터 전문가들을 불러 한글 계약서의 인쇄 상태를 분석한 결과 잉크젯 프린터로 인쇄된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검찰은 당시 BBK 사무실의 물품 납품 명세를 전부 입수해 대조한 결과 김 씨는 사무실에서 잉크젯 프린터가 아닌 레이저 프린터만 사용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검찰은 2002년 김 씨의 사문서 위조 공범으로 유죄가 확정된 이모 전 옵셔널벤처스코리아 과장의 컴퓨터를 확보했다.

하드디스크에 보관한 5900여 개의 파일 중 검찰은 BBK와 관련한 1800여 개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끝에 김 씨가 위조한 문서와 동일한 파일을 찾아냈다.

수사 초기 이면계약서는 진짜라고 주장하던 김 씨가 검찰이 여러 증거를 들이대자 “계약서는 작성일자보다 1년여 뒤인 2001년 3월경 작성돼 이 후보의 날인을 받았다”고 말을 바꿨다. 검찰 관계자는 “김 씨가 여러 번 진술을 바꿨는데, 나중에는 또 다른 이면계약서가 2개 더 있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BBK 소유 사실 아니다

▽김경준 씨, 뒤늦게 “BBK는 이 후보 아닌 내 회사”=김 씨는 검찰 수사 초기 “BBK는 이 후보의 회사이기 때문에 회사 이름도 중동 사정에 밝은 이 후보가 지었다”라고 주장했다. BBK가 ‘Bank of Bahrain & Kuwait’의 약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 씨가 제출한 한글 이면계약서가 가짜라는 사실을 밝혀낸 뒤 “BBK는 김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라는 김 씨의 자백을 받아 냈다.

김 씨는 그 자리에서 “BBK라는 회사명은 옛 직장 동료 오영석(Bobby), 이보라(Bora)와 자신의 이름의 약자”라고 말을 바꿨다.

▽계약 작성 당시 주식은 e캐피탈이 보유=검찰은 BBK의 주주 변동 현황을 추적한 결과 이면계약서 작성 당시인 2000년 2월 BBK의 주식 61만 주 가운데 60만 주는 창업투자회사 e캐피탈이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e캐피탈은 2000년 2월 24일 김 씨에게 12억 원, 같은 해 3월 9일 16억여 원을 주고 BBK의 지분 대부분을 김 씨에게 넘겼다. 논리적으로도 계약서 작성 당시 BBK의 주식 전부를 이 후보가 도저히 보유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면계약서에 적힌 주식 1주의 매매대금을 총주식 수로 나누면 소수점 이하가 무한대로 나올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점도 감안됐다.

또 계약서 내용 중에는 서명 날인해 각각 한 부씩 보관한다고 했는데 서명이나 간인(間印·함께 묶인 서류의 종잇장 사이에 걸쳐서 도장을 찍는 것)이 없는 것도 이상한 대목이었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BBK 법인 정관, 하나은행 설명회 이틀 전에 급조=김 씨는 ‘LKe뱅크는 BBK의 지주회사이고 BBK 의결권을 이 후보에게 일임한다’는 내용이 적힌 BBK 정관도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BBK의 하나은행 2차 투자설명회를 이틀 앞둔 토요일(2000년 5월 17일) 한 직원의 컴퓨터에 보관 중이던 LKe뱅크 정관 파일을 임의로 빼냈다고 한다. 그 내용 중 둘째 장만 바꿔 정관에 이 후보의 이름을 끼워 넣었다는 것. 당시 자문변호사 역할을 한 김모 변호사도 “정관 변경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주가조작 혐의 없다

▽김 씨, “이 후보와 주가조작 공모 안 해”=대통합민주신당은 지난달 6일 이 후보를 김 씨의 주가조작 공모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2000년 12월∼2001년 12월 김 씨가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주가를 조작할 때 김 씨가 BBK의 투자금을 역외펀드를 통해 이용한 데다 주가조작에 BBK와 LKe뱅크의 법인계좌 등이 다수 이용됐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의문점을 비교적 간단하게 풀었다. 무엇보다 김 씨가 검찰 조사에서 “이 후보와 주가조작을 공모한 적이 없고, 언론에 관련 의혹을 얘기한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주가조작의 당사자가 이 후보와의 연관성을 부인한 것이다.

검찰은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직원들을 통해 이 후보가 2000년 2월∼2001년 4월 김 씨와 함께 LKe뱅크를 동업했으나 옵셔널벤처스코리아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직원들이 김 씨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주식을 매입 또는 매도하는 주가 조작을 하고 일일 거래 내용을 상세하게 김 씨에게 전달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다스 소유 증거 없다

▽이 후보, 다스 설립 과정 등에 관여 안 해=이 후보의 맏형 이상은 씨와 처남 김재정 씨가 대주주인 자동차부품회사 ㈜다스가 이 후보 소유인데도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비교적 명확하게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다스의 설립과 증자금의 출처, 이익 배당이나 회사 의사결정 과정에 이 후보가 관여했는지를 확인했다.

다스는 1987년 자본금 6억 원으로 설립된 뒤 1995년 8월 마지막 유상증자를 했으며 지분 변동은 1999년 3월이 마지막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는 주식을 취득하지 않았다. 이 후보가 주주 명부에 등재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도곡동 매각 대금 중 일부 다스에 유입=그러나 검찰은 이상은 씨가 도곡동 땅을 매각한 대금 7억9200만 원을 1995년 유상증자 대금으로 사용한 사실을 파악했다. 2000년 12월에도 도곡동 땅 매각대금 10억 원이 다스의 이상은 씨에게 가지급금 변제 명목으로 지급됐다.

검찰이 올해 8월 “도곡동 땅 가운데 이상은 씨 지분이 제3자 소유로 보인다”고 발표한 만큼 다스의 유상증자 과정에 제3자의 돈이 유입됐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차장은 “다스가 이 후보 소유가 아닌 것 같다는 게 아니라 다스가 이 후보의 소유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 정확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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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