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씨가 옵셔널벤처스 주가 조작의 ‘교범’으로 삼았다고 검찰이 지목한 영화 ‘보일러 룸’의 포스터. 사진 제공 맥스무비
5일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경준 씨가 주가조작의 교범으로 삼은 것은 주가조작의 실상을 다룬 영화 ‘보일러룸(Boiler Room)’이었다.
실제 김 씨가 주가조작을 위해 세운 유령회사 및 대표이사의 이름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이름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일러룸’은 전화로만 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무허가 증권 중개소’를 가리키는 미국 속어. 2000년 개봉한 이 영화에서는 일확천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을 중퇴하고 증권사에 뛰어든 세스 데이비스가 주인공이었다.
데이비스는 자신이 취업한 회사 ‘JP말린’이 멀쩡한 증권회사인 줄 알았지만 나중에 주가조작을 일삼는 보일러룸임을 알게 된다. 영화에서는 JP말린 측이 주가조작에 이용하는 유령회사 이름이 ‘메드 패턴트 테크놀로지스’로 나온다.
이 회사 이름을 따 김 씨는 자신이 설립한 유령회사의 이름을 ‘메드 패턴트 테크놀로지스’로, 유령회사의 대표이사 이름은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의 이름인 조반니 리비시로 정한 것.
수사팀의 한 검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옵셔널벤처스 사무실에 있는 김 씨의 책상에서 영화 보일러룸 DVD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영화 속 주인공 데이비스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온갖 불법을 저지르는 조직이라는 것을 알고 갈등을 겪다가 결국 미국연방수사국(FBI)에 밀고한다. 하지만 김 씨는 자신이 주도한 주가조작 범죄혐의를 부인하다가 끝내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