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전(前) 법무부 장관에게는 중학교 졸업장이 없다. 가세가 기울어 학비를 안 내도 되는 공민학교에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부산의 그 공민학교는 딱 두 학급으로 한 반은 차고(車庫)에서, 다른 반은 천막에서 수업했다. 당시 그는 부유한 초등학교 동창생의 집에서 입주(入住) 과외교사로 숙식을 해결했다.
▷그가 고교 1년 과정을 밟을 때 공민학교가 브니엘실업고교로 정식인가를 받았다. 그 덕분에 고교 졸업장은 있다. 학교에는 관광과와 상업선전과, 2개 반뿐이었는데 그는 관광과를 졸업했다. 대학에 가고 싶었던 그는 학교에서 주산 부기 음악 미술 민속대요(大要) 등을 배우고 집에 오면 영어 수학을 공부했다. 그가 고려대를 선택한 이유는 당시 고려대 본고사에 제2외국어 과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사가 된 그는 현 정권에서 두 차례나 검찰총장 물망에 오르고서도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법무부 장관이 됐다. 작년 8월부터 1년간 재임하면서 그는 법치를 유난히 강조했다. “불법 파업으로 월급이 올라선 안 된다. 뜨거운 난로를 만지면 손을 데어야 한다”는 게 지론이었다. ‘기업 하기 좋은 법적 환경’을 만드는 것도 관심사였던 그는 상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됐다. 이 법안은 이번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운명이다.
▷그가 청와대 386들과 갈등을 빚다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바람에 ‘야당 공천을 받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여당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일을 시작했다. 어제 재단법인 ‘행복세상’을 창립한 것이다. 법의 지배,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약자 및 서민생활 안정 등 재단의 활동 방향은 장관 시절 하던 일과 똑같다. 법치, 경제적 풍요, 안정 등이 행복을 만드는 핵심 요소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때로는 싱크탱크로, 때로는 행동하는 단체로 그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그는 역경을 의지로 극복해 낸 사람이다.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김성호발(發) ‘행복세상’이 좀 더 빨리 오면 좋겠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