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를 참관하기 위해 내한한 레나타 로네펠트 세계음악콩쿠르연맹 사무총장. 사진 제공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사무국
“세계 유수의 콩쿠르가 사라지는 일은 자주 봐 왔지만 10년이나 시간이 흐른 뒤 이렇게 다시 멋지게 부활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어요. 정말 놀랍고도 기적 같은 일입니다.”
동아일보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하는 ‘LG와 함께하는 제3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7일 폐막) 참관을 위해 지난달 30일 내한한 레나타 로네펠트(75) 세계음악콩쿠르연맹 사무총장. 그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예선과 준결선을 지켜본 뒤 “이렇게 빈틈없이 준비되고 진행되는 콩쿠르는 세계에서도 몇몇 국가나 기관밖에 해낼 수 없다”며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1957년 창설된 세계음악콩쿠르연맹에는 현재 전 세계에서 122개 콩쿠르가 가입돼 있다. 로네펠트 사무총장은 독일 뮌헨 ARD국제콩쿠르를 42년간 관여해 온 국제음악콩쿠르계의 거물. 그는 1996년(피아노)과 1997년(바이올린) 개최된 제1, 2회 동아국제음악콩쿠르를 준비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 바 있다.
“한국에는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등 클래식 음악계에서 활동하는 뛰어난 음악가가 많습니다. 그런데 왜 한국인들이 국제콩쿠르를 개최하지 않는지에 대해 국제 음악계에서는 다들 의아하게 생각했죠. 1990년대 중반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제가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비전을 제시했는데 2년 후 동아국제음악콩쿠르가 창설됐지요.”
로네펠트 사무총장은 “당시 동아국제음악콩쿠르는 대회 조직이나 수상자들의 면면을 볼 때 정말 세계 톱 수준의 대회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1997년 말 외환위기로 동아국제음악콩쿠르는 무기한 중단되고 말았다.
그는 “동아국제음악콩쿠르는 세계음악콩쿠르연맹에 가입할 자격 조건이 충분했고, 1998년 가입을 위한 준비 절차까지 모두 끝낸 상태였다”며 “그런데 갑자기 중단돼 너무도 슬펐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만에 이 대회가 ‘서울국제음악콩쿠르’로 이름을 바꿔 부활한다는 소식에 너무도 기뻐서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음악콩쿠르연맹의 가입 조건에 대해 △콩쿠르가 2년 이상 연속 개최될 것 △심사위원 중 해외 인사가 과반수를 차지할 것 △참가자들에게 상금 외 콘서트 등 다양한 무대 기회를 제공할 것 등을 꼽았다.
로네펠트 사무총장은 “1, 2회 대회에 이어 이번에 3회까지 훌륭하게 치르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내년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정식 회원으로 가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계연맹에 가입되면 뉴스레터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에 일괄적으로 홍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럽이든 남미든 세계 각국에서 더욱 많은 참가자가 서울로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