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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가족이란, 좋든 싫든 꽉 묶여 있는 거야”

입력 | 2007-12-08 03:01:00


◇가족이란?/진 윌리스 글·토니 로스 그림·김서정 옮김/28쪽·8000원·미래아이(5세∼초등1년용)

“가족이란 뭘까?”라는 질문에 나올 아이들의 대답들. “엄마 아빠가 있고요, 동생이 있고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고요….”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함께해 온 ‘가족’을 낯설게 보게 하는 그림책이 있다. 외계인 자글 박사가 어린 외계인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지구 수업 시리즈 중 한 권인 ‘가족이란?’.

첫 장부터 웃음이 터진다. “지구 가족이란, 지구 사람 몇 명이 서로 좋든 싫든 꽉 묶여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물론 맞는 얘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가족’이지만, 엄마 아빠 아이가 줄로 묶여 있는 ‘너무나 솔직한’ 그림은 배꼽을 잡지 않을 수 없다.

“딱 보면 가족이란 걸 알 수 있는 코와 귀를 달고 있지요.” 유전자의 힘을 가리키는 얘기다. 여자애와 남자애를 구별하는 방법은 이렇다.

“남자아이는 ‘흥체!’ 그리고 여자아이는 ‘참내!’라고 부르는 사이가 되지요. 흥체들은 냄새나고 끈적거리고 위험합니다. 참내들은 찢어지는 비명소리로 자기가 있다는 걸 알린답니다.” 개구쟁이 남자아이, 새침한 여자아이를 겪어본 엄마 아빠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묘사다. 자기 모습과 꼭 닮은 그림 속 아이를 보는 아이들은 머쓱해 하면서도 킥킥 웃을 듯. “삼촌 지구인, 숙모 지구인들이 오면 지구 아이들은 문간에서 몸을 뒤집니다. 선물이 어디 있는지 보려는 거예요. 삼촌 지구인은 당나귀처럼 네 발로 사방을 기어 다녀야 합니다(아이들을 등에 태우고 말 노릇하느라).”

아이들 책이라고 아이들 얘기만 나올 거라고 짚진 말 것. 어른들에 대한 신랄한 묘사도 만만찮다. “가족들은 모두 ‘조용히 해요, 나도 말 좀 합시다’라는 놀이를 해야 해요. 마지막까지 안 자고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거죠.”

할머니 지구인은 밤이 되면 털에다 분홍색 고슴도치(헤어롤)를 올려놓고, 할아버지 지구인은 이빨을 유리잔에 담가 놓는다. 할아버지 지구인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안경을 어디 뒀더라?” 할아버지뿐 아니라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놀이다.

시니컬한 묘사라기엔 유머가 가득하고 상상력이 반짝반짝 빛나는 그림책. 심술궂기도, 우스꽝스럽기도, 정겹기도 한 가족 구성원들로 가득한 일러스트는 ‘치고 받으면서 정드는’ 게 가족이란 걸 새삼 느끼게 한다. 마지막에 이르면 ‘가족이란 걸 모르는 외계인보단 가족이 있는 지구인이란 게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