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면회사무소 준공식내년 상반기에 완공될 예정인 금강산면회소 앞에서 7일 남북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면회사무소 준공식이 열렸다. 2003년 11월 제5차 적십자회담에서 강원 고성군 온정리 조포마을에 면회소를 건설하기로 합의한 지 4년 1개월 만이다. 고성=사진공동취재단
■ 힐 방북 내막 들여다보니
① 美, 北에 당근 대신 ‘핵신고’ 원칙 강조
②北서 공개하자 “北에만 보낸것 아니다”
③‘특사’ 힐, 김정일 면담 불발도 이례적
④연내 6자 회담 재개 사실상 불가능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처음으로 친서를 보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은 외견상 좋은 신호로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달래기보다는 완전한 핵 프로그램 신고가 전제돼야 북한이 바라는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이 가능하다는 점을 재확인해 6자회담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친서 공개, 미국 ‘반격’=부시 대통령의 친서 전달 사실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평양을 떠난 지 하루 뒤인 6일 오후 7시 반경 조선중앙TV가 전격 공개했다.
북한의 ‘공개 외교’에 허를 찔린 미국은 약 3시간 뒤 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백악관 측은 “6자회담 참여국 지도자 모두에게 서한을 보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히며 친서 전달이 북한에 대한 ‘특별한 대접’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친서는 ‘친애하는 위원장께(Dear Mr. Chairman)’로 시작해 ‘충심으로(Sincerely)’라는 글로 끝나고 부시 대통령이 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부시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독재자’ ‘피그미’ ‘버릇없이 구는 아이’ 등으로 불렀던 것과 대비된다.
▽친서 들고도 김정일 못 만난 힐=힐 차관보는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사실상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지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힐 차관보는 6자회담 상대역인 김계관 외무상 부상, 박의춘 외무상,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났다. 친서는 5일 평양을 떠나기 직전 박 외무상과의 두 번째 만남에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대통령의 뜻을 전하는 사람은 직위 고하를 불문하고 특사로 볼 수 있다”며 “특사의 접견 요청을 최고 권력자가 거절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은 언제 열리나=부시 대통령의 친서 전달로 북한 핵 프로그램 신고와 핵 폐기 문제에 대해 논의할 ‘6자회담의 개최 시기가 확정될 수 있느냐’가 관심사다.
6자회담의 최대 현안이 핵 프로그램 신고인 만큼 일단 북한이 신고서를 제출해야 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는 7일 베이징(北京)에서 “북한이 핵 신고 목록 초안을 준비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2, 3주 안에 신고 목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통한 ‘적극적인 의지’ 표현에도 불구하고 차기 6자회담은 크리스마스 연휴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중 개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靑 “방한중 힐과 친서 협의”
▽청와대 “부시 대통령 친서 받아”=청와대는 7일 부시 대통령의 친서가 도착했다고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힐 차관보가 방한(지난달 29일∼3일)했을 때 한미 간에 친서에 대해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