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에 집 짓는다, 선착순! ▶▶▶▶▶ 이때도 대우건설”
몸에 밴 도전정신… 목숨 걸고 해외시장 개척하기도
의사결정 빠르고 조직 유연… 새로운 환경 적응 빨라
“만약 달나라에 집을 짓는다면 가장 먼저 뛰어들 회사입니다.”
입사 2년차인 대우건설 영업기획팀 정성엽(29) 씨는 대우건설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 달라는 요청에 이렇게 답했다. 처음엔 어린 사원의 치기 어린 말처럼 들렸다. 하지만 주변에 있던 나이 지긋한 선배들은 정 씨의 대답에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회사에서 과장이나 대리가 할 일을 대우건설에선 사원인 제가 다 합니다. 그만큼 의사결정이 빠르고 조직이 유연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죠.”
대우건설은 사원 때부터 맡은 일에 권한을 주고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도록 권장한다. 교육 강도도 센 편이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바로 건설업계의 ‘사관학교’다.
대우센터빌딩-교보사옥 등지서 기술력 단번에 과시
대우건설의 역사는 서울역 앞 대우센터빌딩으로부터 시작됐다.
1973년 대우빌딩 자리에 있던 교통센터를 인수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이곳에 대형 최신식 건물을 짓고자 했다. 하지만 믿고 맡길 만한 건설사가 마땅치 않자 직접 건설사를 차려 건물을 짓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대우건설이다.
1977년 완공된 연면적 13만2560m² 규모의 이 건물은 대우건설의 기술력을 단번에 국내외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이 건물에 대우 가족이 꽉 차는 게 목표”라던 김 회장의 말도 5년 만에 이뤄졌다. 대우의 빠른 성장 속도를 말해 주는 대목이다.
대우빌딩 완공 이후 대우건설은 서울 힐튼호텔과 세종로 사거리 교보 사옥 등 대표적인 고층 빌딩을 성공적으로 지어 나갔다.
해외 사업도 발 빠르게 진행했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 해외 건설이 중동 지역에 몰려 있던 1970년대 말부터 대우건설은 남미와 아프리카 등 신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점이다.
새로운 도전엔 값비싼 수업료가 뒤따랐다. 수단과 이란 등지에선 전쟁으로 수차례 사업이 중단됐고, 나이지리아에선 몸값을 요구하는 테러단체에 직원들이 납치되기도 했다.
최훈 전 부사장은 “1982년 이란 철도공사를 진행하던 중 이라크에서 쏜 미사일이 현장 인근에 떨어져 구사일생한 적도 있다”며 “폭탄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려 냉장고 닫는 소리에도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회상했다.
해외에서 흘린 이들의 피와 땀은 민간 외교로도 이어졌다. 1980년 수단의 항구도시 포트수단 모래벌판에 1년 만에 타이어 공장을 완공하자 거리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한국이 이뤄낸 홍해의 기적”이라며 “코레, 코레(한국)”를 외치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1976년 첫 해외 진출 이후 세계 41개국을 무대로 370여 건, 260억 달러 이상의 해외 공사를 해 왔다.
안산고잔‘대우타운’환란 극복 일등공신
그룹의 세계경영을 이끌던 대우건설은 1990년대 말 그룹의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큰 시련을 맞았다.
빚을 얻어 빚을 갚는 악순환을 거듭하다 결국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그룹이 해체된 것이다. 이후 독자생존에 나선 대우건설은 1999년 채권단 관리하의 워크아웃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때부터 직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직원들은 2억2700만 원을 모금해 ‘대우건설 다시 시작합니다’라는 광고를 신문에 내고 ‘한마음 다지기 운동’을 벌였다. 5566억 원의 자산을 매각했고 동료 930명을 떠나보내기도 했다.
사업 아이디어도 어느 때보다 풍성했다.
대표적인 예가 경기 안산시에서 7808채의 대규모 물량을 100% 분양 완료한 고잔택지지구 프로젝트. 모델하우스를 열고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를 분석한 데이터를 가지고 고객에게 직접 찾아가 상품을 알리는 타깃마케팅을 펼쳤다. 또 오피스텔보다 전용률이 높고 관리비를 낮춘 원룸형 주상복합 ‘디오빌’을 개발해 틈새시장에서도 분양 대박을 이어갔다.
당시 주택사업본부 임원이었던 서종욱 사장은 “타깃마케팅은 당시로서는 새로운 시도로 분양시장에 바람을 일으켰다”며 “수주 홍보를 과감히 외부 전문업체에 맡겨 전문성을 확보하고 비용을 절감해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도 다시 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대우건설은 2000년 기업분할 당시 500%에 달하던 부채비율이 2년 9개월 만에 180%로 낮아져 2002년 11월에 자율경영체제로 전환됐다.
주택공급 1위 업체로 도약
대우건설의 가장 큰 특징은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것이다. 직급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권한을 담당 실무자에게 주다 보니 결재 과정이 간소하다. 조직이 유연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잘 반영되는 편이다.
1990년대 중반에 브랜드 아파트의 효시격인 ‘그린홈 크린아파트’를 선보이며 아파트에 환경 개념을 접목한 것이 한 예다. 또 독신자용 소형 원룸 아이빌과 주거형 오피스텔 대우 미래사랑 등 틈새시장을 노리는 신상품을 내놓아 단시간에 주택 공급 1위 업체로 도약할 수 있었다.
‘사관학교’라는 별명답게 인재 욕심도 많다. 1990년대 초반 국내 최초로 인턴십 제도를 도입해 대학 4학년생 중에서 인재를 뽑아 방학 때 현장 실습을 시키고 매달 소정의 월급을 지급했다.
하지만 지나친 인재 중심주의로 인해 사내에 출신 학교나 지역을 중심으로 파벌이 형성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외환위기 이후 우수한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는 직원들이 빠져나갔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특유의 맨파워… 건설업계 ‘인재 사관학교’▼
대우건설은 창립 33년을 맞은 지난해 종합시공능력평가 1위에 오른 데 이어 올해도 그 자리를 지켰다. 재계 1, 2위를 다투던 과거 대우그룹 시절에도 이루지 못했던 성과를 대우그룹에서 독립한 지 6년 만에 해낸 것이다.
대우건설이 단기간에 눈부신 성과를 이룬 배경에는 우수한 인적자원이 도약의 발판이 됐다. 도전정신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인재들이 대우건설 경쟁력의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뛰어난 인재들이 많다 보니 대우건설은 건설업계에서 ‘인재 사관학교’로 불린다. 자질이 출중한 사람을 뽑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시킨 사례가 많다. 그래서 건설업계 인사담당자나 헤드헌터들도 대우건설 임직원이라면 스카우트 1순위로 꼽는다.
특히 대우건설 출신자 중에는 건설업계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성장한 임직원이 많다. 대한주택공사 박세흠 사장과 한화건설 김현중 사장, 두산건설 김기동 사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
부동산개발업계에서도 대우건설 출신 임직원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최근 대전 서남부 택지개발사업권을 따낸 피데스개발 김건희 회장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트럭터미널 복합단지 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경부유통 이정배 사장 등도 대우건설에서 잔뼈가 굵었다.
대우건설 출신 임직원들은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들이 새로운 CEO를 선임할 때면 1순위로 많이 거론된다.
지난해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이 “대우건설의 사람을 샀다”고 강조한 발언에서도 대우건설의 우수한 인적 역량을 가늠할 수 있다.
실제 대우건설에는 석사 박사 학위 보유자, 기술사 건축사 자격증을 가진 임직원이 전체 임직원의 20% 수준인 600여 명에 이른다.
대우건설 김진환 인사팀장은 “대우건설에서는 담당 실무자에게 권한을 많이 준다”며 “직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시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유연한 조직문화를 갖춘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 Q&A / 어떤 사람 뽑나요?
건설업 특성상 리더십 중요
의지력-원만한 성격 갖춰야
Q: 대우건설이 원하는 인재상은….
A: ‘도전과 열정, 자율과 책임’이라는 핵심가치에 맞는 인재를 선발한다. 면접 시 독창적인 질문을 여러 개 던지기보다는 한 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묻는다. 의지력이 강하고 인간관계가 원만한 사람을 선별한다. 특히 건설업 특성상 리더십이 강한 인재를 선호한다.
Q: 취업 때 우대하는 전공이나 자격증이 있나.
A: 이공계 분야는 건축공학, 토목공학, 기계공학, 전기공학에 국한해서 선발하지만 인문계는 전공 구별 없이 지원할 수 있다. 자격증은 건축·토목 분야에서는 기사 자격증이, 안전 분야에서는 건설안전 및 산업안전 관련 자격증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기계·전기 관련 자격증 소지자는 우대한다.
Q: 해외 근무 기회는….
A: 직급이나 전공과 상관없이 해외근무를 할 수 있으며, 일정 수준의 영어 실력을 요구한다. 나이지리아와 리비아, 카타르, 말레이시아 등에 해외 사업장이 있다.
Q: 여성들의 취업 기회가 적을 것 같은데….
A: 현장 중심의 건설회사다 보니 여성 비율은 다른 회사에 비해 적은 편이다. 아직까지는 서울 본사 중심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앞으로 여성 채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직원노사협의회는 여직원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고충처리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Q: 복지 혜택은….
A: 직원 개인별로 포인트를 지급하고 사내에 마련된 복리후생관을 통해 제품 구입, 건강 관리, 자기계발, 문화·레저 활동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신입사원은 한 해에 120만 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받는다.
Q: 채용 과정은….
A: 금호아시아나그룹 채용 방식에 따라 서류전형→인·적성 검사→1차 면접 및 한자 시험→2차 면접으로 진행한다. 서류전형 때 그룹 내 자신이 원하는 계열사를 선택하고 인·적성 검사 때 해당 계열사로 가서 전형 과정을 거치게 된다.
대우건설 임직원 연봉 현황직위근속연수(년)연봉(원)본사국내 현장해외 현장임원27.5수억
부장23.07908만8868만1억1856만차장16.67067만7883만1억475만과장12.06110만6830만9038만
대리7.55255만5855만7679만사원-4094만4598만6758만2006년 경영실적 평가에 따른 경영성과급 포함 금액임. 자료: 대우건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