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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특집]미국의 로스쿨 수업 받아보니Ⅱ

입력 | 2007-12-10 02:59:00


성적 낮으면 퇴출… 하루 수백장 판례 분석

미국 로스쿨의 교육과 국내 법학 교육의 차이점은 시설 등 외형이 아닌 수업 그 자체에 있다. 미국 로스쿨의 교수는 상당수가 판검사나 변호사 출신이다. 주입식 요약식 강의가 아닌 학생들을 훈련시키는 토론식 강의를 진행한다. 현장감 있는 강의도 이들의 강점이다. 교수들은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으로 끊임없이 학생들을 괴롭히며 진실을 파악하고 법적 사고를 기르도록 훈련시킨다. 때문에 교수 스스로도 학생들과 함께 끊임없이 공부하고, 원고 피고 판사 등의 처지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능력과 배심원을 설득시키는 능력을 기른다.

성적평가시스템도 엄격하다. 우리나라 사법연수원에서는 중도에 탈락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미국 로스쿨에서는 자질이 없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퇴출시킨다. 많은 학교에서 1학년 성적을 기준으로 최하위 학생들을 제적 처리한다. 철저한 상대평가로 학생들을 평가해 하위 10% 내외의 학생들을 탈락시키기 때문에 학생들은 혹독한 경쟁 속에서 치열하게 공부한다.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해 하루에 수백 장의 판례와 사례를 정독하고 분석해도 남들보다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는 곳이 미국 로스쿨이다. 때문에 합격률이 80∼90%나 되는 미국 변호사 시험은 이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 취업과 미래는 로스쿨 수업 성적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로스쿨이 성공하려면 사법시험보다 몇 배는 어려운 과정이 되어야 한다. 높은 사법시험 합격률이 목표가 아닌 경쟁력 있는 유능한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교육 취지를 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로스쿨은 기존 법학 대학원과 차별화되지 않고 최악의 경우 사법시험을 위한 수험준비학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는 법률시장 개방 이후 국제화에 대비하는 길이기도 하다.

김영기 광운대 겸임교수·법무법인 다우 미국 변호사(서던캘리포니아 J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