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사는 박모(43) 씨는 요즘 속이 편치 않다. 강북 지역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치솟는 데 반해 올해 초 3억5000여만 원을 주고 산 자신의 105m²(32평형) 아파트는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 그는 “강남 접근성이 좋은 지하철 7호선 주변의 아파트가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말을 믿고 샀는데 다른 강북 지역에 비해 가격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의 원칙 중 하나가 ‘개발 재료’를 따라잡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개발 재료가 생겨도 집값이 오르지 않는 곳도 많다.》
2007년 서울 구별 가격 상승률구상승률(%) 강북8.04도봉6.58 노원5.95 서대문5.69 용산5.46 중랑4.66 성동4.49 동대문3.99 은평3.92 구로3.57 광진3.05 영등포2.98 성북2.86 금천2.59 관악2.23 마포2.16 동작1.91 중구1.77 강서0.61 종로0.09 강남―1.17 서초―1.59 강동―3.78 송파―4.37 양천―5.10 2007년 12월 9일 현재. 전년 말 대비 상승률. 자료: 스피드뱅크
전문가들은 “호재를 무력하게 하는 악재가 버티고 있거나,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정보의 유통속도가 빨라져 재료가 가격에 미리 반영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환경 프리미엄도 제각각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가장 집값이 많이 오른 아파트는 용산구 이촌동의 북한강아파트다. 89m²(27평형)의 경우 작년 말(4억4500만 원) 대비 91%(8억5000만 원) 상승했다. 용산민족공원 조성 등 ‘환경 프리미엄’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강북구 번동의 한양아파트 105m² 역시 놀이시설인 ‘드림랜드’를 대규모 공원으로 바꾼다는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매매가가 75% 상승했다.
이와 달리 주변 환경이 개선됐지만 집값 상승률이 미미한 곳도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청계천 수혜지역으로 알려졌던 중구와 성동구 아파트는 청계천 조성 공사 기간인 2003년 7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평균 19.1% 올랐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공사를 한 서울숲 주변의 아파트 값이 최고 60% 가까이 뛴 점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숲 주변은 뚝섬 개발 등 호재가 지속된 반면 청계천 일대는 주거 지역이라기보다는 사무실 밀집지역이어서 개발 재료가 집값이 아닌 빌딩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풀이하고 있다.
○ 정보 유통 빨라져 뒷북치기 십상
지하철 개통 등 교통 여건이 개선돼도 집값이 뛰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 강남과 강북을 잇는 지하철 2, 3호선 주변은 ‘황금노선’으로 불릴 만큼 강세를 보였던 데 반해 요즘 새로 완공되는 신설 노선 주변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를 감지하기 어려운 것.
내년에 서울 강서권과 강남권을 잇는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되는 강서구 일대 아파트 값은 최근 맥을 못 추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새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 가릴 것 없이 매매가와 전세금이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
이는 화곡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와 발산지구 등에서 8000여 채의 새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기존 주택시장에 공급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2000년대 초반 개통한 상봉, 용마산, 면목역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7호선 주변도 가격 상승이 미미했다. 주변 지역이 여전히 낙후돼 있다는 게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개발정보가 공유되면서 계획 발표, 착공, 완공의 시기마다 상승했던 부동산 시장의 ‘삼승(三昇) 법칙’이 사라지고 있다”며 “실수요자들은 완공 이후의 시세가 이미 반영됐는지, 향후 개발계획이 이어지는지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2007년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서울지역 아파트위치아파트규모(m²)평균 상승률(%)용산구 이촌동북한강8991.01용산구 이촌동대림85 83.10강북구 번동한양105 75.68용산구 이촌동시범69 74.81용산구 이촌동동아그린83 74.63강북구 번동주공4단지63 68.89용산구 이촌동동아그린69 68.18강북구 번동한진112 62.16강북구 번동기산99 58.73용산구 이촌동동아그린59 58.11 작년 말 대비 11월 말 상승률. 자료: 부동산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