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딱 하루뿐이라고 생각하니? 그렇지 않아. 너는 마음속으로 매일 너만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어. 왜 그런지 아니? 그건 바로 마법이 곧 사랑이기 때문이란다. 사랑이 크리스마스를 불러오는 거야. 그래서 매일 매일이 크리스마스일 수 있는 거지.”》
“사랑하면 매일 매일이 크리스마스”
산타클로스의 유래는 성 니콜라우스다. 그는 많은 어린이에게 자선을 베푼 그리스도교회의 대주교로 사후에 어린이의 수호성인이 됐다.
유럽에서는 12월 5일 성 니콜라우스 축일에 부모들이 그를 대신하여 한 해 동안 선행을 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이 있다. 이 풍습이 미국의 네덜란드 이민사회로 연결됐다. 여기서 성 니콜라우스는 산타클로스라는 미국식 발음으로 불리기 시작한다. 1930년대 코카콜라 광고에 등장하면서 산타클로스는 전 세계에서 성탄절 상징으로 정착된다.
저자는 매년 12월 한 달을 산타클로스 놀이로 살아간다. 프랑스 사상가 로제 카유아의 분류법을 따르자면 이런 산타클로스 놀이는 ‘미미크리’에 속한다. 미미크리란 놀이 주체가 변장을 통해 구경꾼들에게 모방의 대상이 되는 인물인 것처럼 믿게 만들거나 자기마저도 그렇게 믿게 되는 놀이다. 이 놀이에는 실제 현실과는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이 깃들어 있다.
저자는 평범한 사람이다. 행사장에서 산타클로스 놀이를 한 다음 자신의 그럴듯한 모습에 반한 누군가가 영화 출연 섭외 전화를 걸어오지나 않을까 기대한다. 동시에 저자는 비범한 사람이기도 하다. 몸이 불편한 친구를 위해 전구를 갈아 주는 간단한 손놀림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느끼곤 한다.
책에는 이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사람이 전하는 산타클로스로서의 경험이 듬뿍 담겨 있다. 진리는 단순하고 소박하다는 사실, 사랑의 나눔이 있는 곳에 기쁨과 감동이 있다는 사실, 다른 사람에게 나눠 준 사랑이 결국 자신의 삶을 의미와 보람으로 가득 차게 만든다는 사실이 증언된다.
‘어느 산타의 일기’ 안의 크리스마스는 사랑으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기적의 시기다. 따라서 사랑의 마음만 가득하다면 오뉴월도 칠팔월도 크리스마스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산타클로스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한마디 건넨다. 그를 산타클로스답게 만드는 건 빨간 옷과 흰 수염이 아니다. 따뜻한 마음이다. 사랑을 나누는 마음. 이것이 크리스마스와 산타클로스를 규정짓는 알맹이다.
그 속엔 진정성이 오롯하다. 산타클로스 놀이를 제대로 하려고, 아니 진짜 산타클로스가 되려고 통신판매 카탈로그를 뒤져 가며 장난감 이름을 외운다. 아이들이 주는 과자를 먹는 데 가짜 수염이 성가셔서 진짜 수염을 기른다.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유일한 선물이 아버지가 때리는 걸 멈추는 거라 말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술회할 땐 진짜 그가 성 니콜라우스를 빼닮았단 생각이 든다.
‘어느 산타의 일기’는 읽고 나면 따뜻해지는 책이다. 어디선가 저자와 같은 산타클로스를 만나고 싶어진다. “쉿! 여기서 날 봤다는 건 비밀이야”라고 말할 것만 같다. 아주 예쁘고 따사롭게.
안선희 이화여대 기독교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