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만든다.”
조각가 출신의 사진작가 샌디 스코글런드(미국)의 사진 미학이다. 그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찍는 것 대신 배경과 소품을 만든 뒤 이를 카메라로 담아낸다. 한마디로 연출사진이다.
이색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스코글런드의 연출사진이 내년 2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팔판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전시된다. 대표작 ‘금붕어의 복수’ 등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작품 14점이 선보인다.
파란색 방에 수많은 금붕어를 매달아 놓고 찍은 사진 ‘금붕어의 복수’, 사무실을 갈색으로 바꿔 놓고 거기에 청동으로 만든 푸른색 이파리를 매달아 하늘거리도록 한 뒤 찍은 ‘직장에서의 산들바람’ 등등. 보색의 강렬한 대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물의 공존, 율동적인 공간 구성을 통해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작가의 창작 과정을 되새겨보게 함으로써 깊은 철학적 사유를 제공한다.
연출사진의 기수 스코글런드의 전시작들은 사진학 교과서에 나오는 명품들. 자녀와 함께 보면 더욱 매력적이다. 02-738-7776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