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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는 들지 않고… 시간은 짧아지고… 남성도 갱년기장애

입력 | 2007-12-10 02:59:00


중년 남성이 되면 언제부턴가 근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처음에는 ‘나이가 들어서 그러려니…’ 하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러나 예전에 힘들지 않았던 일이 힘에 부치고 성욕도 줄어들면 위기감을 느낀다. 심지어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바로 ‘남성 갱년기’다.

최근 유럽에서는 남성 갱년기 증상 극복을 위한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말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유럽 최대의 성(性)건강 학술대회 ‘유럽성의학회(ESSM)’에서는 세계 각국의 성의학자들이 참석해 남성호르몬에 대해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존 딘 ESSM 사무총장은 “중년 이후 남자들의 삶이 풍요하고 건강해지려면 남성호르몬부터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 호르몬 결핍은 대사질환 부른다

일반적으로 발기부전 환자는 각종 대사질환에 걸릴 확률도 높다.

ESSM에 참석한 미국 뉴잉글랜드연구소의 레이먼드 로센 수석과학교수는 “발기부전 환자의 64%가 고혈압, 당뇨병, 우울증, 고지혈증, 심혈관계질환 중 한 가지 이상의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고혈압이 36%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고지혈증(29%), 우울증(25%), 심혈관계질환(17%), 당뇨병(14%)의 순이었다.

성욕을 잃고 발기부전 증상을 겪는 남성에게 남성호르몬 치료를 하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에 대한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영국의 피에르 마크 불럭스 연구팀은 남성호르몬 부족이 원인이 된 발기부전 환자 122명에게 남성호르몬을 투여했다. 8개월 후 60%의 환자가 발기 기능이 되살아났다. 또 대부분 환자가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고 허리둘레와 체내 지방이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남성호르몬을 보충하면 대사질환과 발기부전 모두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 갑자기 살이 쪄도 호르몬 결핍 의심

의학적으로 남성호르몬 결핍을 ‘성선기능 저하증’이라고 부른다. 남성호르몬의 혈중 수치를 검사해서 정상범위인 dL당 200mg에 미치지 못하면 이 병에 걸렸다고 규정한다.

호르몬 수치 검사를 하지 않고도 신체적인 증상만으로 결핍 여부를 짐작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태영 교수는 “남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 성기능과 근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욕이 줄어드는 것은 남성호르몬 결핍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다. 발기부전이 나타나거나 발기가 돼도 오래 지속되지 않거나 강직도가 떨어진다. 또 체내 지방은 증가하고 근육량은 줄어든다. 따라서 갑자기 살이 찌기 시작한다면 남성호르몬 결핍을 의심해 봐야 한다.

정서적인 변화도 나타난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조울증, 우울증, 불면증이 자주 나타난다. 골 밀도가 감소해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뼈엉성증(골다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 규칙적인 운동과 견과류 섭취

남성호르몬을 보충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 남성호르몬의 분비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통해서도 남성호르몬 보충이 가능하다. 남성호르몬을 만드는 재료는 콜레스테롤이다. 따라서 식물성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땅콩, 잣, 호두 등 견과류를 자주 먹으면 성욕과 근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

약품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병원에서 남성호르몬 투여 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 사용하는 남성호르몬제는 주사제, 젤, 알약 형태가 있다. 주사제로는 ‘네비도’와 ‘예나스테론’이 있고, 젤은 ‘테스토겔’과 ‘토스트렉스’가 있다. 네비도의 경우 약효가 길어 한 번 주사를 맞으면 3개월간 효과가 지속된다.



리스본=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