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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허승호]人口경제학

입력 | 2007-12-11 03:01:00


인구경제학은 인구 변천 과정과 인구 변동의 결정 요인, 인구 증가와 경제 발전의 상호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다. 인구경제학에는 ‘소득과 출산율은 반비례한다’는 역설이 있다. 소득이 커지면 더 많은 자녀를 부양할 수 있음에도 사실은 자녀를 적게 갖는다는 것이다. 수명 연장으로 노후에 필요한 비용은 늘어나는 반면, 보육·교육비 지출 비중이 커지고 여성의 사회진출로 출산에 따른 임금 손실도 급증하면서 인구모형에 변화가 일어나 이런 역설이 성립하게 된다.

▷1만 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농업의 시작과 함께 토지의 인구 부양 능력이 급격히 커지면서 인구 폭발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계급과 정치조직, 분업 바퀴 문자 화폐 철기 등으로 대표되는 문명도 탄생했다. 이를 보고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류는 기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농업기술의 발달과 인구통계학의 역설로 이는 역사상 가장 빗나간 예언의 하나가 돼 버렸다.

▷지난달 30일 열린 한국인구학회의 올해 학술대회를 보면 인구경제학의 관심사도 매우 다양해졌음을 알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부모 소득이 낮을수록 자녀의 발길이 뜸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이 논문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부모 소득이 1% 높아지면 부모와 자녀가 1주일에 한 번 이상 대면 접촉할 가능성이 2.07배나 높다. 효(孝)를 강조하는 유교문화 국가에서 어쩌다가 부모 소득과 자녀 방문횟수가 이렇게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게 됐는지 세태변화가 놀랍다. 다른 나라에서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한국인은 가족과의 관계가 ‘도구적’이어서 돈 빌릴 때는 가족을 찾지만 정서적 도움은 친구에게서 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가구당 가족 수가 계속 줄어드는데 최근 아파트 공급은 중대형 위주로 이루어져 미분양 현상이 구조적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주택시장 예측도 이제는 인구경제학을 떼 놓고는 말할 수 없게 됐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