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주년이라고 별 게 있나요. 판이 열리면 소리를 하고, 가야금 병창을 하는 게 소리꾼의 인생이지요.”
올해로 소리인생 50주년을 맞은 명창 안숙선(59·사진). 그는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릴 때도, 차를 타고 갈 때도 늘 눈을 내리깔고 쉴 새 없이 입술을 움직인다. 반백 년 동안 소리의 한길만을 달려왔지만 소리판을 준비하는 일은 늘 긴장되기 때문이다.
11일 오후 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프리마돈나 안숙선 명창 국악 대향연-동행’ 공연이 펼쳐진다. 안 명창은 올해 초부터 국립극장 정동극장 공연 등 수많은 공연무대에 서 왔다. 8일(한국 시간) 미국 휴스턴미술관의 한국실 개관기념 행사에서 판소리 축하공연을 펼쳤던 그는 귀국하자마자 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그는 16일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동초 김연수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에서 오정숙 성창순 명창과 함께 동초의 판소리 다섯 바탕의 눈대목을 부르고, 31일에는 오후 8시부터 3시간 동안 제야 판소리 ‘흥보가’(국립극장)를 완창하며 새해를 맞이할 계획이다.
“저도 아홉 살 때 데뷔했지만 자신의 소리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반백 년을 해왔지만 소리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평생 수련’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리는 세월이 걸리는 일입니다. 웬만한 끈기가 없으면 국악계에서 버텨낼 수가 없지요.”
아홉 살 때 가야금 명인인 이모 강순영에게서 가야금을 배운 안 명창은 1997년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 보유자가 됐다. 국립창극단에서 활약해 온 그는 국악계의 영원한 ‘프리마돈나’로 불린다. 창극 무대가 열리면 그는 여전히 이팔청춘 나이의 소녀 심청이나 춘향이로 변신해 애끓는 연기를 보여 준다.
안 명창은 이날 판소리 춘향가 중 ‘쑥대머리’를 들려주고, 공연 마지막 순서로 ‘심청가’의 심 봉사가 눈 뜨는 대목을 창극으로 보여 준다. 중요무형문화재인 명창 강정숙(가야금 산조 및 병창), 이생강(대금산조), 박송희(판소리), 이은관(배뱅잇굿) 등 국악계 동료와 제자를 포함해 250여 명이 함께 선다. 또한 올해로 예인 인생 50주년을 맞은 김덕수 한울림예술단장도 출연한다.
“올해는 유난히 50주년을 맞은 국악인이 많았어요. 함께 국악계를 지켜온 분들과 올해를 마무리하고자 이번 공연을 마련했습니다. 고향인 전북 남원에 판소리 교육관을 세우는 게 마지막 꿈입니다.” 1만∼10만 원. 1588-789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