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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패션’ 의류업계는 고민중

입력 | 2007-12-12 03:01:00


변덕 날씨에 일주일 단위로 ‘기획 생산’

사계절 구분 모호… 두계절용 의류 늘어

“지구온난화가 우리 발등에 떨어진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최근 국내 최대의 의류업체 최고경영자(CEO)가 사내 전산망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낸 것이 화제가 됐다.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면서 기온이 상승하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의류업계가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정예모 수석연구원은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바로 손실로 연결되기 때문에 패션 산업계는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짧아지는 겨울, 길어지는 여름

의류업계가 긴장하는 것은 심상치 않은 한반도의 기후 패턴 변화 때문이다.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1920년대 서울은 11월 20일에 겨울이 시작돼 이듬해 3월 18일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1990년대에는 11월 29일에 시작돼 이듬해 3월 8일에 겨울이 끝났다. 70년 사이 겨울이 19일이나 줄어든 것이다.

2090년대에는 서울의 겨울 일수가 1920년대에 비해 63일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스마스 직후인 12월 26일에 겨울이 시작돼 2월 18일에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여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1920년대 6월 3일 시작돼 9월 21일까지 지속된 여름이 1990년대에는 16일 더 늘어났다. 2090년대에는 1920년대에 비해 45일, 즉 한 달 반이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연구소 관계자는 “지구온난화가 지금 같은 추세로 진행되면 2090년에는 부산 강릉 목포 지역은 1년 내내 기온이 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아 겨울이 아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의류업계 치열해지는 ‘날씨 경영’

국내 의류업체들은 기후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기상정보업체 케이웨더 산업기상연구소의 김경혜 기상컨설턴트는 “계절상품을 기획하면서 장기 예보를 활용하는 것은 이제 기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변덕스러운 날씨를 고려해 고정생산 물량을 줄이고 날씨 변화에 따라 일주일 내 대응이 가능한 기획생산(QR)에 치중하는 의류업체도 늘고 있다.

비도 중요한 변수다. 의류업계로서는 강수량보다 비 오는 날 수가 더 중요하다. 또 주말에 비가 많이 오는지, 주중에 많이 오는지에 따라서도 대응을 달리해야 한다.

신원의 이은석 대리는 “한여름을 겨냥한 반팔 옷을 준비하다가 비가 많이 올 걸로 예상되면 일주일 안에 팔만 길게 만들어 내는 ‘반응 생산’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계절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이 뚜렷해지면서 ‘봄 여름’과 ‘가을 겨울’ 등 두 계절 이상 입을 수 있는 의류 제품도 늘어나고 있다. 계절별 구분을 없애고 기온 변화에 따라 소재만 다른 상품을 만들기도 한다.

코오롱 패션정보실의 김현정 과장은 “계절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소비자들에게도 날씨에 맞게 옷을 갖춰 입는 ‘웨더 코디’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계절 구분 없이 날씨가 쌀쌀해지면 옷을 겹쳐 입어 멋을 내는 ‘레이어드 룩’이나, 겉옷에 속옷을 겹쳐 입는 느낌의 ‘란제리 룩’ 등이 관심을 끌게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외국에 비하면 아직 한국 의류업체들의 대응은 초보적인 수준이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많은 미국의 패션업체가 기상전문가에게 날씨에 대한 조언을 받거나 날씨 손해보험에 가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