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미국입니다. 장학금을 좀 내려고 하는데….”
며칠 전 경북 영주시 가흥동 영주제일고 교장실에 이 같은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미국 뉴욕에 사는 강신자(69·여) 씨는 “얼마 전 남편이 세상을 뜨면서 모교에 3000만 원을 주라고 했다”며 “조만간 학교를 방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주 출신인 강 씨의 남편 유병국(71) 씨는 영주제일고의 전신인 영주농업고를 1954년 졸업하고 고려대 법대를 거쳐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유 씨는 뉴욕의 법무법인에서 일하다 올해 10월 미국에서 별세했다.
학교 측은 12일 전교생 640여 명과 동창회 관계자 등이 참가한 가운데 장학금 전달식을 마련한다.
강 씨는 “조용히 드리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학교 측은 “먼 이국땅에서 모교를 아끼는 마음을 학생들에게 알리는 게 좋겠다”고 설득했다.
1943년 개교한 이 학교는 그동안 영주농업고에서 영주종합고, 영주공업고 등으로 바뀌었고, 2001년에는 영주제일고로 교명이 변경됐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