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12일하루 일정을 비장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10일 안동에서 유세를 마친 뒤 심야 귀갓길에 교통사고로 숨진 경북선대위 이상윤(45) 유세기획단장의 분향식이 오전 당사 6층에서 열렸기 때문. 고인은 경북지역에서 슈퍼맨 복장을 하고 열정적으로 유세현장을 누볐던 인물이다.
문 후보는 추모사를 통해 "유족, 특히 1남 1녀 어린 딸과 아들에게 뭐라 위로의 말을 전할지 모르겠다"며 "새로운 가치로 새로운 시대를 열자고 열심히 뛰었던 고인의 뜻을 계승해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을 굳게 다짐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 캠프의 비장감은 선거 막판까지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보이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가중되는 후보 단일화 압박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영춘 총괄선대본부장은 당사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16~18일에라도 문 후보가 사퇴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못박았고 "마지막까지 가치와 비전, 정책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날 천안시청 기자실과 연기군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 전주 전북대 앞 거리, 모래내 시장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선대위 김갑수 대변인은 "행정중심복합도시 백지화 및 세종국제교육도시 건설 공약의 찬반논란 심장부로 뛰어들어 용기있게 대화하고 신당 정동영 후보의 연고지인 전주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는 공격적 행보"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천안시청 기자간담회에서 전날 자신이 발표한 행정중심복합도시 백지화 공약과 관련, "주민을 다시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무책임한 공약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 송용찬 차장에게서는 "교육기능 강화는 좋지만 행정기능을 옮기지 않는 공약은 곤란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이대로 가면 몇 십 조 원씩 낭비되고 국가가 위기에 놓이게 되는데 정치인들이 잘못된 결정을 계속 뒤로 미루는 건 옳지 않다"며 "(서울의) 청와대와 (세종시의) 관계 부처가 멀리 떨어지면 문제가 많다는 건 온 국민이 안다"고 반박했다.
전주 전북대 앞 유세에서는 "균형발전을 했다지만 전주가 얼마나 달라졌느냐"며 "지난 5년간 청년실업, 비정규직, 부동산 폭등만 갖다 준 이 정부를 연장시켜선 안 되고 그렇다고 부패로 얼룩진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안 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날 밤 다시 서올로 올라와 11시에는 대표적 비정규직 근로자인 대리운전 기사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이어지는 일정이다.
한편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선후보가 12일 전북 전주와 군·산을 방문, 표밭갈이에 나섰다.
권 후보는 이날 전주코아백화점에서 가진 유세에서 "한.미 FTA를 막아야만 농촌과 농민을 살릴 수 있다"면서 "한미 FTA로 전북 농업이 무너지면 전북의 경제도, 국가경제도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후보는 "이번 대선은 한미 FTA에 반대하는 권영길과 이에 찬성하는 이명박, 정동영 후보와의 한판 대결"이라고 전제하고 "한미 FTA를 막아내 우리 농촌을 살려낼 수 있도록 민주노동당과 저에게 표를 몰아 달라"고 호소했다.
권 후보는 또 "제가 대통령이 되면 노후 걱정 없는 나라, 집값 걱정없는 나라, 살맛나는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면서 "사회공공부문 일자리를 OECD 수준으로 높여 1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비정규직 수를 줄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유세를 마친 권 후보는 인근 중앙시장에서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했고 이어 군산으로 이동, 대우자동차 공장 앞에서 거리유세를 한 뒤 상경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12일 "단 한 표가 나와도 최후까지 완주하겠다"며 "낡은 진보노선으로 나라를 망가뜨린 대통합민주신당과는 대화와 타협이 있을 수 없다. 국정파탄 세력을 역사에서 지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 앞에서 '1219 선거혁명' 버스투어 출정식 및 기자간담회를 갖고 신당과의 통합 및 후보단일화 협상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신당과의 이야기는 다 끝났다. 신당은 민주당을 흔들고 고통스럽게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노무현 정권과 추종세력에 의해 끊임없이 말살 위협을 받고 있다. 신당은 민주당 후보가 사퇴한다는 유언비어까지 만들어 유포했다"며 "민주당은 노무현 정권과 부패세력에 억눌린 의로운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과 고난에 처한 국민이 하나로 만나 선거혁명을 이뤄야 한다. 국정파탄 세력, 부패세력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다"며 "단 한표가 나오더라도 민주당의 혼과 정신을 안고 달려가겠다. 그 한 표에 정의가 깃들어 있고 국민의 믿음이 있다면 천만 표보다 더 무거운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이어 대선 이후 정계개편 전망과 관련해 "국정파탄 세력은 와해되고 무너질 것이고, 만의 하나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야권은 완전히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마지막 순간까지 중도개혁정권을 세우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당의 BBK 수사검사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해선 "절차가 있는 것인데 위법 행위에 대한 의혹만 갖고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은 정략적인 발상"이라며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에 실을 맬 수 없다. 신당은 정신나간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천안지역 유세에서 신당 정동영 후보의 연정 제안에 대해 "국정을 파탄 내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오만한 세력들이 지저분한 물귀신 작전을 쓰고 있다"며 "참으로 한심한 자들"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버스투어 출정식을 시작으로 16일 3차 TV토론까지 서부벨트를 중심으로 독자 대선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이 후보의 대선 완주 의지와 달리, 최인기 원내대표와 후보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이상열 의원 등 당내 단일화파가 반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의원은 정형호 마포갑 지역위원장과 함께 국회 본청에서 단일화를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그는 "15~16일까지 단일화의 기회가 있다. 단일화는 역사적 과제이자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뒤 "당을 옮기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당내에 남아 어떻게든 단일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탈당설을 일축했다.
최 원내대표도 성명을 내고 "민주개혁진영이 하나로 뭉쳐 보수부패세력을 막아달라는 국민적 여망을 외면해선 안된다"며 "신당과 민주당 후보, 지도부는 기득권을 버리고 선거 전날까지라도 단일화의 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