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선 투표율이 이전 대선 때에 비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선관위가 9일 실시해 12일 발표한 제2차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란 응답이 67%로 저조하게 나타나자 역대 대선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투표율은 13대 89.2%, 14대 81.9%, 15대 80.7%, 16대 70.8%로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2002년 대선 당시, 지금과 비슷한 시점에 선관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80.5%를 기록했으나 실제 투표율은 이보다 10% 포인트나 낮은 70.8%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선 투표율은 역대 최저는 물론 60% 선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선관위는 이날 "기본적으로 대선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 수준이 높고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투표 참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도 "(적극투표 의향층의 감소로) 5년전 대선보다 선거 열기가 다소 떨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어느 선거든 실제 투표율은 선거 직전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서 `꼭 투표하겠다'고 답한 응답률보다 낮게 나오는 경향이 많다"며 "여론조사 결과만을 따른다면 이번 대선 투표율은 60%대 초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2004년 총선에서도 선관위 여론조사에서 77.2%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했지만 실제 투표율은 이 보다 무려 16% 포인트 이상 떨어진 60.6%에 불과했다. 당시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바람'으로 대선을 방불케 하는 투표율이 기대됐던 상황이었다.
물론 작년 5·31 지방선거 투표율은 51.6%로, 선거 직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꼭 투표하겠다는 응답률 46.8%에 비해 다소 높게 나온 적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선관위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묘책 짜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우선 이날 예정에 없던 포털사이트 회원 1600만 명에게 투표참여 이메일을 발송했다.
또 현재 방송중인 TV 광고에 덧붙여 가수 김장훈 씨와 탤런트 구혜선 씨의 인터뷰 형식 광고를 추가로 긴급 제작해 이날부터 공중파와 케이블TV, 포털사이트 등에 방영하기로 했다.
전 직원을 동원해 탤런트 김명민씨를 활용한 휴대전화 통화연결음 서비스 설정률 높이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를 SK텔레콤과 KTF에 가입한 2천만명의 유권자에게 선거 전날 일괄 발송키로 했다.
그러나 연예인을 활용한 매체이용 광고나 현수막, 인터넷 활용 방안 등은 지금까지 해왔던 투표독려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 투표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선관위는 투표할 때 인센티브를 준다든지, 투표를 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가하는 방안도 오래전부터 구상해왔으나 투표권리 침해라는 여론의 냉담한 반응 때문에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과거 보궐선거 등에서 일정한 투표율을 달성하면 해당지역 마트에서 할인을 해준다거나 기업체가 금품을 기탁해 불우이웃을 돕는 등의 방법을 써봤지만 그다지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법적 테두리에서 모든 방법을 다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