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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첫 완창 녹음’ 전설을 다시 듣는다

입력 | 2007-12-13 02:59:00


1967년 동아방송(DBS)은 흥보가 춘향가 수궁가 심청가 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바탕 전곡을 녹음해 방송하는 방송사상 전무후무한 시도를 했다. 그것도 한 사람의 명창이 판소리 다섯바탕을 완창하는 것이었다. 주인공은 바로 동초 김연수(1907∼1974·사진)였다.

“평소에는 판소리 완창을 하실 때 목소리가 컬컬해지면 설렁탕의 뽀얀 국물을 드시면서 했다고 합니다. 동초 선생님은 늘 방향에 신경을 쓰셔서 스튜디오에 마이크 설치하는 것만 1시간씩 걸렸어요.”

당시 동아방송 ‘판소리 한마당’을 제작했던 이해성(66·전 SBS 라디오국장) PD는 “동초 선생님은 컨디션이 좋으면 3, 4시간씩 판소리를 완창하셨다”며 “녹음 분량을 하루에 10분씩 나눠 모두 140여 회에 걸쳐 방송했다”고 회고했다.

이것은 한국 판소리 역사상 한 사람이 판소리 다섯 바탕을 모두 완창한 첫 녹음이었다. 그동안 국악계에서는 ‘전설’로만 알려져 있던 이 녹음이 올해 동초 탄생 100주년을 맞아 햇빛을 보게 됐다. 동아일보 자료실에 보관돼 있던 릴테이프(26시간 분량)를 신나라레코드가 24장의 CD로 발매한 것.

김연수의 ‘동초제’ 판소리는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 등 1930년대 여러 유파 명창들의 소리 중 좋은 것을 뽑아 짠 소리제. 당대 임방울과 쌍벽을 이뤘던 그는 임방울에 비해 대중적 인기에서 다소 밀렸지만, 그의 동초제 판소리는 가장 전승력이 왕성한 소리가 되어 후대 판소리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일제강점기에 신식 교육을 받고 한학에 조예가 깊었던 김연수는 ‘소리’보다 ‘이면’(裏面·의미)을 중요하게 여겼던 명창. ‘조선성악연구회’ ‘조선창극좌’ ‘김연수 창극단’ 등 평생 판소리의 창극화를 주도했으며, 1962년 초대 국립국극단(현 국립창극단)의 단장을 맡기도 했다. 극과 연기, 대본에도 타고난 소질을 갖췄던 그의 판소리는 사설이 정확하고, 너름새(동작)가 정교해 한 편의 연극과 같다는 평을 듣는다.

그동안 판소리 다섯바탕 완창은 동초 김연수의 제자인 오정숙 명창과 이일주 명창 등의 음반이 먼저 출시됐다. 오정숙 이일주 명창에 이어 스승인 김연수의 판소리 다섯바탕 음반을 낸 신나라레코드는 1988년 판소리 5대 명창(송만갑 이동백 정정렬 김창룡 김창환)의 음반을 수집해 복각하기도 했던 음반사.

판소리 연구가인 최동현 군산대 교수는 “이번 음반의 녹음은 상태도 좋을뿐더러 사설집에 있는 내용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부른, 그야말로 완벽한 완창 녹음”이라며 “그의 제자들도 5대나 이어지고 있는데 김연수의 원래 목소리가 담긴 CD는 판소리가 어떻게 전승, 변모돼 가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연구자료”라고 평했다.

한편 16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는 동초 김연수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가 무료로 열린다. 제자인 오정숙 명창을 비롯해 성창순 안숙선 명창 등이 판소리 다섯바탕의 눈대목을 들려준다. 김연수의 아들인 김규형 새울전통타악진흥회 단장은 ‘모둠북 합주’를 선보인다. 031-266-7191(음반), 02-2280-4114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