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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뉴욕필, 작지만 큰 발걸음” 2월26일 공연 공식발표

입력 | 2007-12-13 02:59:00


미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내년 2월 26일 평양에서 공연을 한다고 뉴욕 필 측이 11일(현지 시간) 공식 발표했다.

미국의 오케스트라가 북한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과거 ‘핑퐁외교’가 미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에 신호탄이 됐듯이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이 북-미관계 개선에 촉매제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뉴욕 필하모닉은 예전에도 미국과 소련 간 관계 개선이 이뤄지는 시점을 전후해 소련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뉴욕 필하모닉은 이날 뉴욕 맨해튼 링컨센터 내 에이버리 피셔 홀에서 폴 구엔더 회장과 자린 메타 사장,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공연 일정을 발표했다.

뉴욕 필하모닉은 내년 2월 25일부터 27일까지 48시간 평양에 머물며 26일 동평양대극장에서 한 차례 공연할 예정이다. 뉴욕 필하모닉은 이 밖에 공개 리허설 및 단원들이 북한 음악도들을 지도하는 음악교실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평양 공연에서는 미국과 북한의 국가가 연주된다. 평양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공연 레퍼토리는 대표적인 미국 작곡가인 조지 거슈윈의 ‘파리의 아메리카인’, 체코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가 미국 체류 중 작곡한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 등이다. 뉴욕 필은 중국 베이징 공연 후 평양을 방문한 뒤 서해를 거쳐 한국으로 와 28일 서울에서 공연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전세 비행기를 제공한다.

메타 사장은 이날 “음악은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힘이 있다”며 “뉴욕 필에는 평양 공연이 작은 발걸음에 불과하지만 남북한 통일을 위해서는 위대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길연 대사는 “이번 공연이 양국 음악인과 국민의 우호와 이해를 증진시키고 궁극적으로 양국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뉴욕 필과 북한 측의 접촉 단계에서부터 이 공연을 전적으로 지원했다. 특히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뉴욕 필 단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설명회까지 열며 평양 공연 성사를 적극 지원했다.

북한 측도 공연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뉴욕 필의 평양 예비방문에 동행했던 프레드릭 카리에 코리아소사이어티 부회장은 “뉴욕 필 측이 공연장 음향시설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김책공대의 전문가들을 바로 보내 필요한 음향시설을 제작하게 할 정도로 북한 측이 적극적이었다”고 소개했다.

기자회견장에서는 북한의 인권탄압 등에 대한 질문도 제기됐으나 메타 사장은 “여기서 그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뉴욕 필 공연은 북한 개방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