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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수 기자의 맛있는 테마]개벽 산 꼼장어

입력 | 2007-12-14 03:02:00


윤기 흐르는 곰장어, 쫄깃한 맛 못잊어 다시 찾는 집

평범한 회사원 야마시타는 뱀장어 낚시를 갔다가 예정보다 일찍 귀가한다. 집에 돌아와 보니 사랑하는 부인이 침대에서 낯선 남자와 뒤엉켜 있다. 정신없이 식칼을 집어든 사내, 그리고 낭자한 피…. 8년 만에 감옥에서 나오는 야마시타의 손에는 뱀장어가 한 마리 들려 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탄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영화 ‘우나기(뱀장어)’ 앞부분이다.

시뻘건 몸통을 드러낸 채 꿈틀거리는 곰장어(먹장어)를 보고 이 영화가 떠오른 것은 왜일까. 식욕과 성욕, 살의(殺意)는 원초적 본능이란 면에서 서로 통하는 것 아닐까. 이마무라 감독은 ‘우나기’에 대해 ‘순수함과 잠재적 폭력성에 관한 관조적 상징’이라고 자평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개벽 산 꼼장어’에서는 살아 있는 곰장어의 껍질을 벗겨 그릇에 담아 내온다. 숯불 위에 얹혀서도 버둥거리는 곰장어를 종업원이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가며 구워 준다. 거의 다 익으면 하얀 힘줄 같은 것이 길쭉하게 삐져나오는데 곰장어 연골이다. 처음에는 “아이, 징그러워” 하던 요조숙녀도 쫄깃한 고기 맛을 본 뒤에는 부지런히 젓가락을 놀린다.

이 집에서는 양념구이보다 소금구이를 먹어야 제 맛이다. 소금구이로 먹을 수 있으면 곰장어가 꽤 싱싱하다는 얘기다. 전남 완도, 흑산도 등지에서 잡혀 일단 경남 통영에 집결했다가 서울로 올라오는 장어들이다. 이 집은 한번에 100kg씩 들이는데 4, 5일이면 동이 난다고 한다.

윤기가 잘잘 흐르는 곰장어를 소금장에 찍어 먹는다. 내장도 같이 구워주는데 예상보다 느끼하지 않고 먹을 만하다. 청양고추 등 갖은 양념을 한 매콤한 대합구이, 치즈를 얹은 대합구이도 있다. 주인 이현자 씨는 “곰장어는 깊은 바다에 살기 때문에 양식도 못 한다”면서 “우리 집은 일반 장어보다 맛이 좋은 먹장어만 쓴다”고 말했다. 숯도 수입품이 아니라 강원 횡성에서 오는 좋은 숯만 쓴다고 했다.

직장 동료들끼리 소주 한잔하면서 터놓고 얘기하고 싶을 때 찾는 곳이다. 민물장어인 뱀장어와 바닷장어인 곰장어는 둘 다 남성들의 스태미나식으로 알려져 있다. 장어의 쓸개를 넣은 쓸개주도 판다.

생명이란 모진 것이다. 껍질을 모조리 벗기우고도 몇 시간씩 퍼덕거리는 장어, 그 섬뜩한 몸짓을 보고도 사정없이 씹어 먹는 인간…. 그래도 맛있는 걸 어쩌랴.

이 집 벽에 이런 문장이 쓰여 있다. “꿈틀대며 죽어간 수많은 곰장어의 명복을 빌며…. 맛있다. ㅎㅎ”

매일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영업한다. 곰장어 소금구이와 양념구이가 소(小 200g·1만9000원)부터 대(大 400g·3만9000원)까지 있다. 대합구이와 산낙지는 각각 1만 원.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근처 경남아파트 상가에 있다. 02-564-9230

맛★★★ 분위기★★ 가격★★

(★★★좋음 ★★보통 ★안 좋음)

신연수 기자 ysshin@donga.com


촬영: 박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