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시론/문용린]대선일에 교육감도 뽑는다

입력 | 2007-12-15 03:11:00


19일 대통령 선거 외에 일부 지역에서 교육감 선거가 치러진다. 전국 16개 시도 중 4곳의 교육감이 이번에 새로 선출된다. 충북 경남 울산 제주가 바로 그곳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교육감 선거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유권자가 60%를 넘는다. 대선에 너무 몰입해서 교육감 선거를 잊었는지, 아니면 교육감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관심이 적은 탓인지 모를 일이지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경남 충북 울산 제주 새로 뽑아

교육에서 교육감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예컨대 정부 전체 예산의 약 20%인 31조 원이 교육예산이고 그중 87%인 27조 원을 교육감이 집행한다. 서울시 교육청 예산은 7조 원을 넘는다. 이번에 교육감을 뽑는 경남교육청은 2조6000억 원, 충북은 1조3000억 원, 울산이 8000억 원이다. 예산이 가장 적은 제주도 5200억 원에 이른다.

공립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원에 대한 인사권과 감독권은 교육감에게 전적으로 일임돼 있다. 교육감 16명이 교원 44만 명에 대한 인사 및 지휘권을 갖는다.

경남교육감이 관장하는 인사권의 대상자는 교원과 일반 행정직을 포함해 3만4000명, 충북은 1만5000명, 울산은 1만4000명, 제주는 5200명이다.

방대한 예산과 인사 및 지휘권을 가지므로 교육감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교육감이 어떤 교육 철학과 의지 및 정책의 우선순위를 갖는가에 따라 지역 교육의 수준이 현격하게 달라진다. 16개 교육청별로 교육환경과 질의 격차가 크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손쉬운 예로 정보기술(IT) 환경을 보자. 정보화지수로 표현되는 학교 및 학생, 교원에 대한 컴퓨터 및 인터넷 공급과 활용도를 보면 교육청별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어떤 교육청은 20여 년 전부터 정보화지수가 100%였지만 어떤 교육청은 2, 3년 전에야 목표치에 도달했다.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교육감의 소양과 철학 여하에 따라 지역의 전체 학생과 교사가 영향을 받는 대표적 사례다.

또 교육감에 따라 고교 평준화에 대한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의 설립 상황이 크게 차이 난다. 학부모나 학생의 학교선택권이 교육감의 정책 방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말이다. 어떤 교육감은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 신설에 적극적이고, 어떤 교육감은 반대였다. 어떤 지역에는 다양한 형태의 고등학교가 존재하지만 다른 지역에는 1970년대 말 이후 지금까지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렇듯 누가 교육감이 되는가가 지역 교육을 결정한다. 따라서 이번에 교육감 선거를 치르는 경남 충북 울산 제주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교육감에 대한 주민직선제의 성공과 실패의 기틀을 잡을 중요한 시기라 믿기 때문이다.

주민직선제 성패의 분수령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표율이다. 주민직선으로 처음 치른 2월의 부산 교육감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불과 15.3%에 지나지 않아 대표성의 문제까지 제기됐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둘째는 정책의 검토다. 교육감 후보자의 교육 철학과 의지 그리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진지하게 따져야 한다. 그들의 정책을 차별화하고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은 색깔과 기호의 분간이다. 교육감 투표용지는 하늘색이다. 숫자는 정당 기호가 아니라 후보자 이름의 가나다 순서다. 대선이라는 큰 잔치 때문에 교육감 잔치는 아예 주목받지 못한다. 주민에게는 피부로 와 닿는 더 심각한 잔치일지 모르는데 말이다.

문용린 서울대 교수·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