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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28년 국내 구세군 자선냄비 첫 등장

입력 | 2007-12-15 03:11:00


‘땡그랑땡그랑.’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거리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종소리. 빨간색의 구세군 자선냄비다. 이웃 사랑과 나눔의 상징인 구세군 자선냄비는 1928년 12월 15일 서울 명동에서 첫 종을 울렸다. 당시 한국 구세군 사령관이었던 박준섭 사관이 서울 도심에 자선냄비를 설치하고 불우이웃 돕기를 시작했다. 올해로 80년째를 맞는다.

사회가 점점 각박해진다고 하지만 자선냄비의 체감 온도는 해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1992년 모금액이 5억 원을 넘었고 4년 뒤인 1996년 처음으로 10억 원이 걷혔다. 2001년엔 22억 원이 모여 20억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엔 30억 원을 모았다.

거리의 이름 없는 천사들은 매년 자선냄비에 사랑과 감동을 남겨 놓은 채 총총히 사라진다.

2005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그랜드백화점 앞에 설치한 자선냄비에서는 흰 봉투에 든 1000만 원짜리 수표 3장이 발견되는 등 고액권 수표를 기부하는 사람도 부쩍 늘어났다.

자선냄비의 활용 방식도 점차 다양화, 현대화되고 있다. 2004년부터 교통카드로 기부할 수 있는 디지털 자선냄비가 서울 종로3가역 등 34개 역에 설치됐다. 또 올해는 기업과 대형 마트에서 소규모로 운영할 수 있는 자선냄비가 1000여 개 등장했고 고속도로 요금소에도 설치됐다.

구세군 자선냄비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그해 성탄절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에서 배 한 척이 침몰해 1000여 명의 생존자가 거리에 나앉은 상태였다.

당시 구세군 사관 조지프 맥피는 이들을 도울 방법을 구상하다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오클랜드 부두로 나가 주방용 쇠솥을 거리에 걸었다. 시민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난당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할 돈이 모였다.

맥피 사관의 쇠솥은 이후 세계 100여 개 나라로 전파돼 해마다 빨간 냄비의 기적을 만들고 있다.

올해도 12월 2일부터 시작된 구세군 자선냄비의 모금액은 충남 태안군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의 여파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간 저조한 편.

맥피 사관은 1891년 당시 쇠솥에 이런 문구를 내걸었다. “이 솥을 끓게 하자.”

세밑에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한 마음이 모여 자선냄비를 펄펄 끓게 했으면 좋겠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