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적인원 주말까지 10만 명 넘을 듯
내일까지 3만명 ‘예약’… 문의 많아 더 늘 듯
직장단위 신청 급증… 헌옷, 방제에 큰 도움
“오래 닦았는데도 기름이 많이 남아 있네요. 계속하다 보면 그래도 괜찮아지지 않겠어요?”
기름 냄새 섞인 찬 겨울 바닷바람이 쉴 새 없이 분 14일 오후 2시경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해수욕장.
해수욕장 한쪽에 있는 바위들을 덮은 기름을 헌옷으로 닦아 내던 서용철(55) 씨는 “기름이 쉽게 없어지지 않아 허탈하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닦다 보면 많이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며 옅은 웃음을 지었다.
검은 파도가 밀려든 태안 앞바다에는 이날도 기름 유출의 흔적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하지만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 놓을 자원봉사자들도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주말 자원봉사 물결
사고 발생 뒤 이날까지 해안에서 방제작업을 펼친 인원은 총 12만여 명이다.
이 중 해경, 경찰, 군인, 소방대, 공무원, 방제업체 등을 뺀 주민과 자원봉사 인력은 7만6000여 명으로 절반을 훨씬 넘는다.
해양경찰청은 주말인 15일과 16일을 지나면 사고 발생 뒤 인근 해안가에서 자원봉사를 펼친 누적 자원봉사자가 1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했다.
15일과 16일 자원봉사에 나서겠다고 태안군청 자원봉사센터에 신청한 ‘예비 자원봉사자’는 이날 오전까지 각각 1만7000여 명과 1만4000여 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끊임없이 문의 전화가 오고 있고 상당수는 직접 태안군으로 올 것으로 예상돼 실제 이번 주말 자원봉사를 펼칠 인원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곽동석 태안군청 주민생활지원과장은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봉사 인력이 방제에 참가하고 있다”며 “주민과 자원봉사자 수가 총 6만 명을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들도 자원봉사 대열 합류
주말을 하루 앞둔 이날 직장 단위로 해안가를 찾는 자원봉사자도 크게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본사에서 100명, 대전점에서 150명이 이날 태안군 모항항에서 인간띠를 이루며 봉사를 시작했다.
100명의 임직원이 만리포해수욕장에서 봉사활동을 펼친 동양제철화학은 회사 특성을 방제 현장에서 십분 발휘했다. 이 회사는 자신들의 공장에서 비상용으로 저장해 놓았던 흡착포 27상자를 갖고 태안군으로 내려왔다.
동양제철화학 관계자는 “물자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비상용 흡착포도 가지고 왔다”며 “우리 회사에서 쓰는 작업복과 산업용 마스크도 기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삼호중공업 한국타이어 포스코 STX 등도 이날 태안군을 찾았다.
15일과 16일에는 기아자동차 웅진코웨이 신한은행 광양제철소 동원산업 등이 총 1500여 명의 봉사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헌옷가지가 필수품
이번 주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어 방제당국은 이날 장비 확보에 안간힘을 쏟았다.
윤혁수 해경 경비재난국장은 14일 “오늘 오전 현재 58t의 유흡착재가 확보돼 있고 외국에 요청한 유흡착재가 계속 들어오면 크게 부족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자원봉사자와 주민들이 집에서 헌옷가지를 가져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