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선주자 초청 마지막 TV토론회에서 6인의 주자들은 서로 자신이 '경제를 살릴 적임자'라며 표심을 자극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민간CEO(현대건설)와 공공CEO(서울시)를 모두 지낸 경험을 부각시키면서 "준비된 경제대통령상"임을 자신했고, 신당 정동영 후보는 "경제드림팀을 만들어 서민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또 이회창 후보는 "획기적으로 규제를 풀고 지원하겠다"고 했고, 문국현 후보는 "반부패 전선을 만들겠다", 권영길 후보는 "400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이루겠다", 이인제 후보는 "세제 대개혁을 실시하겠다"며 나름의 경제 정책을 풀어 보였다.
사회자는 후보들이 경제분야와 BBK 의혹을 오가는 날카로운 설전을 벌이자 수차례 "가급적 주제범위를 벗어나지 말라"고 요청했고, 마지막 토론회에서 모든 것을 쏟겠다는 의욕 때문인지 발언시간을 초과하는 일도 자주 생겼다.
◇여전한 응원전 = 지난 2차례 토론회 때와 마찬가지로 토론 시작 전부터 각 후보 지지자들이 차량을 동원한 응원전에 나서 토론회가 열린 MBC 주변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토론회 30분 전에 스튜디오에 도착한 다른 후보와 달리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토론 시작 5분 전에야 도착해 방송사 직원들의 애를 태웠다. 이에 따라 방송 전 리허설을 제때 하지 못한 것은 물론 사진기자들도 6명의 후보가 악수하는 사진을 찍지 못한 채 스튜디오에서 물러나야 했다.
◇정동영 '경제 안죽었다' 융단폭격 타깃 = 정동영 후보는 외환위기 후 10년을 평가하면서 "경제가 안죽었다. 10년 걸려 겨우 살아났다"고 말했다가 다른 후보들의 융단폭격을 받다시피 했다.
이명박 후보는 "정 후보는 말은 잘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 것 같다. 당의장을 두 번 하고 장관도 하고, 정권 초기에는 이 정권과 끝까지 가겠다는 발언도 했는데 정 후보가 노무현 정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회창 후보는 "매우 말을 잘못한 것"이라며 "오히려 잘못했다고 고백하는 것이 국민 보기에 좋다"고 지적했다.
권영길 후보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 일등공신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후보다. 경제는 죽었습니다"라고 단언했고, 이인제 후보는 "지금은 깊은 반성과 사죄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문국현 후보는 "비정규직이 200만 명이 늘었는데 어떻게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명박 경제대통령 '허물기' = 이명박 후보의 강점인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허물기 위해 다른 후보들은 BBK 사건과 대운하 공약을 끌어들여 거칠게 공격했다.
정 후보는 "이 후보는 한국경제를 확 바꾸겠다고 하는데 한국경제가 확 부도나는 쪽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며 "부패경제, 정경유착이 되면 제2의 외환위기가 온다"고 비판했다.
이회창 후보는 "회사경력이 있다고 경제대통령은 아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일한 경제대통령인데 군인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권영길 후보는 "BBK는 대박을 바라고 만들었는데 쪽박을 찼다"며 "국가경영은 도박하듯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이에 "저는 노동자 생활도 했고 경영자도 해봤다. 민간 CEO 뿐만 아니라 공익을 중요시하는 국가기관(서울시) CEO를 4년간 해 인정을 받았다"며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회창, 공약이 비슷하다" = 이회창 후보는 다른 주자들로부터 공약을 베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정동영 후보는 "늦게 출마해서 정책 중 좋은 부분을 많이 고른 것 같은데 '6% 성장, 50만 일자리' 창출은 제가 내놓은 게 많이 채택됐다"고 비꼬았고, 이명박 후보도 "한나라당 공약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권영길 후보는 "이 후보는 2002년 대선 때 차떼기로 돈을 받았는데 삼성 특검이 제대로 되면 감옥을 가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회창 후보는 "대선자금은 이미 국민 앞에 죄송하다고 말했고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며 "6% 성장 역시 97년 대선 때부터 주장했던 내용"이라고 응수했다.
이밖에 권영길 후보는 '진보적 경제성장론'을 제안했다가 "재벌과 서민의 이분법은 유효하지 않다"(정동영), "정치적 파업에 대한 책임이 있다"(이명박), "희한한 말을 했다"(이회창)는 비판을 받았다.
문국현 후보의 '8% 성장, 500만 일자리 창출' 공약도 "비현실적"(정동영), "너무 환상적"(이명박), "CEO와 정치지도자의 역할은 다르다"(이인제)는 지적을 받았고, 권영길 후보는 "문 후보가 한국통신 사외이사로 있는 동안 2만5000명을 정리해고하고 분식회계로 618억 원을 추징당했는데 문제제기를 안했다"고 꼬집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