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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ravel]8기통의 포효…거침없는 질주…“이게 바로 GT”

입력 | 2007-12-18 03:01:00


伊 마세라티의 ‘그란투리스모’ 몰아보니

‘수백 km 이상의 먼 거리를 빠르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자동차.’

‘강력한 엔진과 날카로운 핸들링, 그리고 멋진 디자인’.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자동차를 ‘GT카’라고 한다. GT는 그랜드투어링(Grand Touring) 혹은 그란투리스모(Gran Turismo)의 약자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당수의 슈퍼카는 이 GT카의 범주에 해당한다.

최근 이탈리아의 마세라티는 바로 ‘그란투리스모’라는 이름의 자동차를 세상에 내놨다. 이름처럼 GT카의 요구 조건을 모두 갖췄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세라티가 마련한 테스트 주행코스를 신나게 달려봤다.

○ 절제된 성능표현의 미학

‘우르릉∼∼.’ 시동을 걸면 우렁찬 8기통 4244cc 엔진의 배기음이 울려 퍼진다. 창문을 올려도 사자가 숨을 고르는 것 같은 소리가 조용히 들려온다.

부드럽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온순한 양처럼 움직인다. 그러나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뒷 타이어가 가볍게 미끄러지는 소리와 함께 405마력의 출력이 1780kg의 차체를 시원스레 발진시킨다. 제원상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2초. 최고속도는 시속 285km.

상당히 빠른 수치지만 운전자가 장거리 운전을 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편안하게 해 줘야 한다는 GT카의 사명에 따라 체감적으로는 ‘제법 나가네’ 정도의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속도계의 바늘은 시속 200km를 쉽게 넘긴다. 시속 230km에 도달하면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해서 제원상 최고속도를 내려면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할 것 같다.

승차감은 생각보다 부드러웠지만 핸들링은 날카로웠고 커브길을 빠르게 돌아나가는 실력도 스포츠카다운 면모를 보였다. 전륜 49%, 후륜 51%의 적절한 무게 배분에다, 가장 무거운 부품인 엔진이 차체의 중심 쪽에 가깝게 배치된 ‘프런트 미드십’ 설계 덕분이다. 자매회사인 페라리에서 넘어온 서스펜션(현가장치) 기술까지 더해져 급격한 상황에서도 차체의 흔들림이 적었다.

단숨에 150km의 거리를 고속으로 주행했지만 피곤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편안했다. 동반석과 뒷좌석에 탑승한 동승자들도 얼굴색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 운전하지 않아도 즐거운 디자인

이탈리아의 유명한 자동차디자인 회사인 피닌파리나가 디자인을 맡은 이 차는 성난 고래가 크게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공격적인 앞모습이 인상적이다. 미끈한 보닛 라인은 물 흐르듯 뒷 범퍼까지 이어진다.

보디빌더의 근육처럼 휠 위의 펜더는 불끈 튀어나와 있다. 차가운 크롬색깔의 직경 20인치 휠은 도로를 파헤쳐버릴 기세다.

도대체 이탈리아 사람들은 뇌의 구조가 다른 지구인들과 다른 것일까.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자동차들은 화가 날 정도로 멋지다. 대신 이탈리아 자동차는 잔고장이 많다는 악평이 있었는데, 요즘은 조금 나아졌다는 소리가 들린다.

실내도 화려한 ‘이탈리안 레드’의 가죽과 장인의 솜씨가 배어나는 바느질, 마세라티의 삼지창 로고가 새겨진 머리받침대, 독특한 스위치 배치방식 등으로 명품의 숨결이 느껴진다.

그란투리스모는 굳이 운전하지 않고 갤러리에 전시해두고 감상해도 즐거움을 줄 것 같았다. 국내 판매 가격은 2억1000만 원대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