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플러스 이순례 부사장-지멘스 이미경 대리가 본 ‘성공비결’
《“여성들이 직장에서 ‘유리 천장’을 뚫으려면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무기로 지녀야 합니다. 전문성과 성실성으로 승부를 거는 것은 기본이고요.” 기업용품 통합구매 대행회사인 오피스플러스 이순례(36) 부사장은 지멘스 발전사업부 엔지니어인 이미경(28) 대리가 ‘초고속 승진 비결’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
1996년 문구회사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 부사장은 문구류와 프린터 등 기업용품을 대신 구매해 주는 오피스플러스에서 영업을 담당하며 2004년 부사장에 오른 ‘여장부’로 통한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이 대리는 발전소에서 가스터빈과 파이프라인을 넘나들며, 전력 공급을 위한 부품을 현장에 설치하고 점검하는 ‘3년차’ 직장인이다.
17일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이 부사장이 이 대리에게 전하는 ‘여성=홍일점(紅一點)’으로 기업에서 살아남는 비법을 들어봤다.
○ 쌈닭 되기보다 ‘이기는 지혜’ 알아야
“발전소 현장에 가면 저더러 ‘대체 엔지니어는 언제 오느냐’고 묻기 일쑤고, 부품을 납품할 때 담당자란에 제가 서명하면 뜨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더군요.”(이 대리)
이 부사장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맞장구쳤다.
“제가 대리였을 때 회사에선 많은 사람이 ‘이 대리, 그거 정말 할 수 있겠어’라고 되묻곤 했지요. 저는 사람들이 저를 얕보는 것으로 여기고 신경을 곤두세운 채 대답했지요. 어느새 저는 ‘쌈닭’으로 불리고 있더군요.”(이 부사장)
이 부사장은 “이런 태도가 본인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며 “사소한 것에 감정이 상해선 안 된다”고 했다.
“TV 토론에서 상대에게 공격을 받으면 평정심을 잃지만, 평점은 상대가 아닌 시청자가 매긴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또 ‘사람들이 나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 분야에 여성이 드문 탓에 정말 궁금해서 그런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고 여기는 지혜가 필요하지요.”(이 부사장)
○ 전문성과 친화력으로 편견 뚫는다
이 대리는 “여성 엔지니어가 없다 보니 여럿이 모이면 늘 눈에 띄는 게 부담스럽다”며 홍일점으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여성들은 남성들과 협업을 잘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합니다. 남성 동료들이 말을 걸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보다 먼저 다가가 허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동료가 되어야 해요.”(이 부사장)
이 부사장은 “초년병 때에는 상사가 옆구리에 끼고 있는 책들을 봤다”며 “책을 읽으면서 사업에 대한 고민과 전략을 파악하고, 이를 대화 주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는 이 부사장은 이 대리에게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성공하려면 해당 분야의 전문성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또 거래처 등에서 만나는 ‘사회 스승’들 앞에서는 스펀지가 되어야 합니다. 나보다 앞서간 사람에게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지혜를 흡수해야 하니까요.”(이 부사장)
이들은 “머리가 희끗해도 현업에서 뛰는 여성이 많아지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