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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스타]마술하는 간호사 현윤정 씨

입력 | 2007-12-18 03:01:00


“자, 아무것도 없던 빈 봉투 속에서 ‘희망’이라는 글자가 적힌 상자들이 나왔네요? 앞으로는 수술방에서 저를 볼 일이 절대 없으셔야 돼요. 병원은 놀러만 오세요. 아셨죠?”

최근 다음의 동영상 손수제작물(UCC) 코너에는 하얀 가운을 입고 병실을 돌며 환자들에게 마술쇼를 보여 주고 웃음을 전하는 한 간호사의 영상이 올라와 연말 누리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그는 접혀 있던 책을 펼쳐 그 사이에서 하얀 비둘기를 ‘짠’하고 등장시키고, 빈주머니에 손을 넣어 빨간 장미꽃을 연달아 꺼내는 프로급 마술쇼를 보여 준다.

오랜 입원생활에 지쳐 있던 환자와 보호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퍼지고, 어린 꼬마 환자들은 간호사 선생님을 향해 배꼽인사를 하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화면 속 주인공은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수술실에 근무하는 간호사 현윤정(27) 씨.

3년 전부터 마술 동호회 ‘매직캣’에서 마술을 배우고 있다. 매직캣은 올해 초 동아일보의 UCC스타 코너를 통해 이미 소개된 바 있는 유명 마술커뮤니티.

오전 7시에 출근해 이브닝, 나이트 근무까지 이어지는 빡빡한 수술실 간호사 생활 속에서도 현 씨는 근무가 없는 주말이면 반드시 인천 부평구에 자리한 동호회 사무실을 찾아가 마술을 배운다.

“제가 특히 관심 있게 배우고 있는 건 ‘힐링매직(Healing magic)’이라고 부르는 치료용 마술이에요. 마술을 통해 환자와 의료진이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면서 즐거움도 느낄 수 있는 심리치료 마술이죠.”

평소 현 씨는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노인정 등에서 봉사활동을 해왔지만 최근 현 씨가 다니는 병원에서 ‘병원 알리기 UCC 콘테스트’가 열린 것을 계기로 병원에도 그의 마술 실력이 알려지게 됐다.

현 씨의 남편이 그의 영상을 촬영해 ‘제 와이프입니다. 편집하며 기분이 좋아져서 올려요’라는 제목으로 다음 UCC코너에 올렸는데, 이 영상이 열흘도 안 돼 5만 건에 가까운 조회수를 보이면서 자연스레 병원 안에 마술 사랑이 소문난 것이다.

“환자들 앞에서 마술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제가 수술실에 근무하다 보니 기회가 없었어요. 병원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마술을 해보라고 권유해 줘서 참 좋아요.”

현 씨는 “마술쇼를 하다 보면 때론 실수도 하지만 환자들이 오히려 격려해 줘 더 큰 감동을 받기도 한다”며 “마술쇼를 하면서 병원에 작은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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