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분양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변의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 아파트가 분양되면 인근 기존 아파트 값이 덩달아 뛰던 ‘후광(後光)효과’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 등의 영향으로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부근 시세보다 낮게 책정됐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 수도권 2기 신도시서 뚜렷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불광동 재개발구역은 최근 2km 떨어진 은평뉴타운의 분양가가 예상보다 낮게 책정되자 거래가 뚝 끊겼다. 이곳의 재개발 아파트 가격이 은평뉴타운 분양가보다 비싼 3.3m²(1평)당 평균 1500만∼1600만 원 수준으로 올해 초보다 2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초 분양가 상한제를 엄격히 적용받은 은평뉴타운의 최종 분양 가격이 발표되면서 이곳의 시세는 더 떨어졌다. 은평뉴타운의 분양가가 3.3m²당 939만∼1348만 원으로 책정된 반면 현대건설이 재개발 3구역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3.3m²당 1200만∼1600만 원 선이었기 때문.
불광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장은 “은평뉴타운 후광효과 덕에 가격이 올랐는데 오히려 더 비싸면 누가 관심을 갖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수도권 2기 신도시 주변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가 수도권 2기 신도시 주변 지역 아파트값의 연초 대비 변동률을 11월 말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김포(―0.73%), 수원(―0.32%), 파주(―1.12%), 화성(―0.17%) 등에서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중 경기 지역 아파트값은 평균 0.27% 상승했다.
○ 중장기 전망은 엇갈려
내년에는 공공택지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물량이 수도권에서만 15만 채 이상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2기 신도시 분양가를 중소형 기준으로 3.3m²당 평균 800만∼1100만 원 선에서 정하다 보니 이보다 가격이 비싼 기존 아파트값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분양가 인하 압력을 받은 건설사들이 아파트 품질을 떨어뜨리거나 공급 물량을 줄여 집값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현재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물량이 가격 상한선의 기준이 되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아파트가 나오기 시작하면 하한선의 기준도 될 수 있다”며 “결국 시장 상황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