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구글의 한 여직원이 “회사까지 멀어서 통근하기 힘들다. 통근버스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제안을 냈다. 가뜩이나 막히는 주변도로 사정 탓인지 직원들의 1차 내부 반응이 좋았다. 그러자 회사는 그 직원에게 “아이디어를 냈으니 책임지고 연구해 보라”고 지시했다.
다른 회사에서 이런 상황이라면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담당 분야도 아닌데 아이디어를 냈다가 연구 책임까지 지지 않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글에서는 이런 걱정이 없다”고 이 회사 스테이시 설리번 기업문화담당 임원(CCO)은 강조했다.
그는 “업무시간의 20% 즉, 주 5일 근무하는 날 중 하루는 자기 본래 분야와 전혀 무관한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이 창조경영의 출발점으로 자랑하는 ‘20% 타임제’다.
통근버스 아이디어를 낸 여직원은 몇 달간 연구해 구글러(구글 직원을 지칭하는 용어)를 위한 버스 운용제도를 고안해 냈다. 그 결과물이 현재 운용되는 100대의 셔틀버스다.
구글은 웹 검색기업이었지만, 2000년대 초 당시로는 파격적인 사용자 1인당 2.8기가 바이트의 저장용량을 나눠 주는 e메일(Gmail)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히 구글메일은 과거 교환한 이메일의 내용이 고스란히 정리되는 편리함 때문에 선발주자인 야후와 MSN이 주도하던 e메일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이 사업도 ‘20% 타임제’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설리번 씨는 설명했다.
한국계인 크리스틴 홍 신규시장개발팀장은 “직원들이 업무 시간의 20%를 떼어내 다른 뭔가를 하지만, 누가 무엇을 하는지 묻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또 정확히 20%만 시간을 쪼개 쓰는지 측정하는 사람도 없다는 것.
그는 “‘20%는 직원 마음대로’는 모두 자율에 맡기기 때문에 직원이 본래의 일이 아닌 다른 데에 시간을 쓰고 있으면 ‘아! 20% 타임을 쓰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직원은 얼마 전 회사 앞 잔디밭에 유치원에서나 어울릴 법한 놀이기구 설치를 제안했으며 실제로 설치됐다.
설리번 씨는 “사용자가 많지 않아 곧 철거됐지만 얼마나 자유롭게 직원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회사에서 펼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많은 사례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설리번 씨는 “실패를 두려워해 아이디어를 못 내는 조직문화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 구글의 기업정신”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