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 내털리 포트먼
《깡마른 몸에 작은 키. 미국에서 ‘뉴 오드리 헵번’으로 통하는 내털리 포트먼(26)은 겨우 11세 때 ‘레옹’의 마틸다 역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시리즈에선 아미달라 여왕 역을 해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틈틈이 연극 무대에서 연기력을 쌓았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1999년 ‘스타워즈 에피소드1’의 시사회에 고교 기말고사 공부 때문에 불참했고, 이후 하버드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며 학업에 열중하려고 4년간은 이 시리즈 외에는 영화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유명한 얘기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개봉하는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에 출연한 그가 본보의 e메일 인터뷰에 응했다. 243세의 미스터 마고리엄(더스틴 호프먼)이 운영하는, 장난감이 살아 움직이는 백화점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영화다. 포트먼은 백화점 매니저 몰리 역할로 마고리엄이 떠난 뒤 갑작스럽게 백화점을 물려받는다. 장난감이 움직인다고 해서 ‘박물관이 살아 있다’ 정도의 스펙터클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기 쉽다. 백화점은 화려하지만 장난감이 움직이는 장면은 얼마 안 된다. 이 영화는 오히려 자신을 믿지 못하던 몰리라는 젊은 여성의 성장기에 가깝다.
“이건 성인들을 위한 영화이기도 해요.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다들 몰리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들이 어떤 것인지 알면서도 어떻게 밀고 나가야 할지를 몰라 두려워하고 망설이죠. 그런 사람들에게 몰리가 어떻게 자신의 갈등을 극복해 나가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언제나 해답은 자기 자신에게 있으며, 자신을 믿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말해주고 있어요.”
어릴 때 바비인형이나 양배추 인형 같은 1980년대 장난감들에 푹 빠져 살았고 욕조에서 장난감을 갖고 혼자 이야기를 만들며 놀기를 제일 좋아했다는 그에게 촬영은 얼마나 즐거웠을까. 더구나 대선배인 호프먼과 함께 하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었다고. 호프먼은 영화 속 캐릭터와 똑같이 창의적이고 유머러스한 사람이라고 그는 말했다.
포트먼은 학창시절 모범생이었다. 항상 방학 때만 영화를 찍었다. 그런데도 어린 시절에 많은 경험을 하고 친구를 사귀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그가 이 영화를 선택한 것엔 어린 시절을 다시 경험하고 싶은 생각도 작용한 것 같다. “부모님은 연기를 단 한 번도 내게 권유한 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내가 빨리 포기하기를 바라셨죠.”
미국의 영화 정보사이트 ‘IMDb’에는 그가 ‘주로 똑똑하고 긍정적인 역할만 맡는 미국 소녀들의 역할 모델’이라고 올라 있다. 그러나 포트먼은 ‘나를 모르는 얘기’라며 펄쩍 뛰었다.
“내가 출연한 영화 속 나체 장면이 포르노 사이트에 올려져 이슈가 된 적도 있었어요. 난 역할 모델이 아니에요. 그건 사람들이 내게 바라는 이상이고 편견일 수 있죠.”
그는 자신이 그렇게 똑똑하지 않고 ‘공부벌레(nerd)’도 아니라며 그런 질문은 피곤하다고 까칠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공부는 좋아하지 않지만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나. 그에겐 영화도 배움의 대상이다. 많은 한국 영화를 영화제를 통해 접하면서 배우고 있다고 했다. 미국 기자회견장에서도 박찬욱 감독을 좋아한다고 밝혔던 그는 e메일에서도 박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를 언급했다.
포트먼은 예전의 한 인터뷰에서 배우를 계속할 생각이 없으며 나중엔 아버지처럼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지금도 그럴까? 태어난 별자리가 ‘쌍둥이자리’라서 변덕스럽다는 그는 어떤 것도 영원하다고 말할 수 없으며 자신이 해마다 얼마나 많이 변하는지 잘 알고 있단다.
“하버드대에서 공부하고 좀 더 똑똑해지고 장래에 궁극적으로 의사든 무엇이든 어떤 직업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난 이미 영화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도전할 역할이 주어진다면 언제까지고 계속하지 않을까요.”
우린 그의 모습을 더 오래 볼 수 있을 것 같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