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휴대전화 좀 꺼 주세요.”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 때문에 대한축구협회 홍보국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허 감독이 기자들의 전화에 일일이 답변을 해 주는 바람에 홍보국이 모르고 있는 사실까지 언론에 보도돼 그 ‘후폭풍’을 해결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것. 한쪽에서 기사가 나면 다른 쪽 언론사에서 비난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외국인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을 때는 홍보국과의 조율을 거쳐 기자회견을 통해서만 대표팀에 대한 정보가 나가기 때문에 이런 일이 없었다. 그런데 국내파인 허 감독이 친분이 있는 기자들 전화를 받아서 일일이 설명을 해 주는 탓에 여기저기서 색깔 다른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홍보국의 한 관계자는 “감독이 편하려면 모든 인터뷰 요청을 홍보국으로 떠넘기시라”고 부탁했으나 ‘마당발’인 허 감독이 매정하게 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성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취임하자마자 모든 언론 관련 업무를 홍보국에 넘겨 ‘휴대전화 스트레스’를 털고 훈련에만 몰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표팀이 소집될 무렵이면 홍보국 부장이 하루에 받는 전화는 최대 수백 통. 만일 이런 사태가 계속된다면 허 감독은 선수들 지도보다는 휴대전화 받는 데 시간을 다 소비해야 할 지경이다. 일부에서는 벌써 “이러니 국내 감독 시키면 안 된다”는 불평까지 나오고 있다.
길은 두 가지다. 맘 편히 훈련에만 집중할 것이냐, 전화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하느냐. 판단은 전적으로 허 감독의 몫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