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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스포츠 반사경]이봉주, 서울국제마라톤 12년만의 우승

입력 | 2007-12-18 03:01:00


《2007년에도 승부의 세계는 극적이었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잇따랐다. 승자의 환희와 패자의 낙담이 교차했다. 스포츠계는 수많은 우여곡절도 겪었다. 올해도 파란만장했던 스포츠계 주요 순간들을 되돌아본다.》

30m차 뒤집은 불꽃 의지… “이제 올림픽 金”

‘11.9%(이봉주 서울국제마라톤 우승) vs 10.0%(SK 한국시리즈 우승).’

30m나 뒤처져 있던 이봉주(37·삼성전자)가 케냐의 폴 키프로프 키루이를 제치는 극적인 막판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2007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8회 동아마라톤대회의 시청률은 11.9%(AGB닐슨미디어리서치)였다. ‘스포테인먼트’ 바람을 일으킨 SK가 두산을 꺾고 우승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의 시청률은 10.0%(TNS미디어코리아)였다. 모두 MBC가 중계했다.

그만큼 이봉주의 역주는 전 국민의 관심사였다. 두 아들의 아버지로서 마라톤 선수로는 ‘환갑’으로 여겨지는 나이에도 세계 최강 케냐 출전 선수 21명을 따돌리고 우승한 것에 국민은 환호했다.

당시 이봉주는 38.5km 지점에서 키루이에 30m나 뒤진 2위였다.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라며 실망하는 순간 이봉주의 역전극은 시작됐고 팬들은 주먹을 쥔 채 응원했다. 이봉주가 잠실종합운동장 사거리에서 키루이를 따라잡자 거리와 안방에선 “와” 하는 환호와 갈채가 쏟아졌다. 이봉주는 2시간 8분 04초로 키루이(2시간 8분 29초)를 25초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봉주의 서울국제마라톤 우승은 개인적으로도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새 출발을 하는 계기가 됐다. 이봉주의 우승 기록은 2000년 도쿄마라톤에서 세운 한국 최고기록(2시간 7분 20초)에 이은 자신의 통산 세 번째로 좋은 기록이며 한국 선수가 국내 대회에서 세운 역대 최고 기록이다. 또 국제대회 우승은 2001년 보스턴 마라톤 이후 6년 만이고 동아마라톤 우승은 1995년 이후 12년 만. 월계관을 쓴 것은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금메달 이후 5년 만이다.

이봉주가 우승한 뒤 “올림픽 금메달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한 것도 아직 전성기 못지않게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때문이다. 올 서울국제마라톤 우승 기록으로 내년 베이징 올림픽 티켓을 거머쥔 이봉주는 2008 서울국제마라톤에서 한국 기록에 도전한 뒤 베이징으로 가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봉주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은메달에 머문 한이 있다.

이봉주는 풀코스만 35번 완주했다. 그런데도 “힘닿는 데까지 달릴 것”이란다. 목표를 정한 뒤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국민은 이런 그의 모습에 아낌없는 갈채를 보낸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