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것들은 아름답다?’
지구온난화 등에 따른 환경파괴로 소멸 위기에 놓인 대자연을 여행하는 관광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미국 시애틀 출신 변호사인 데니스 우드 씨 부부는 올해 갈라파고스 제도를 여행했다. 지난해엔 아마존 열대우림을 다녀왔고 그 전엔 아프리카의 최고봉인 킬리만자로 정상을 등정했다.
이들 여행지의 공통점은 ‘지금 여행하지 않으면 나중엔 현재의 장관을 보기 힘들다’는 점. 킬리만자로 정상의 만년설은 이미 상당량이 녹아내렸으며 아마존이나 갈라파고스 제도의 풍부한 자연생태계도 위협을 받고 있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는 남극과 북극은 특히 인기 코스다. 극지 관광 상품을 취급하는 ‘쿼크 익스피디션’은 극지 관광을 희망하는 관광객이 폭주하면서 내년도 남극 북극 방문객 수를 올해의 2배로 예상해 일정을 짰다.
지난달에는 승객과 승무원 등 154명을 태운 남극 대륙 유람선 익스플로러호가 빙하에 부딪혀 침몰하는 바람에 ‘제2의 타이타닉호’가 될 뻔했지만 기적적으로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구출됐으나 남극 대륙 관광열기를 꺾지는 못했다.
당초 익스플로러 유람선을 예약해 남극대륙을 여행할 계획이었던 관광객들은 침몰 사고로 남극 대륙 여행이 취소되자 다른 남극행 상품에 눈길을 돌렸지만 예약이 꽉 차는 바람에 되돌아서야 했다.
쇄빙선을 타고 북극점까지 가는 여행상품도 1인당 비용이 2만2000달러(약 2090만 원)에 이르지만 항상 만원이다.
이런 여행상품들은 대부분 ‘친환경 관광’ 혹은 ‘생태관광’ 등으로 포장되지만 자연 파괴를 가속화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던 곳에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생태계가 더욱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해 여행업계는 이런 지역을 관광할 때 환경프로젝트에 돈을 기부하기도 한다. 여행사인 ‘아버크롬비 앤드 켄트’는 얼마 전에는 남극대륙 여행객들에게서 1인당 500달러씩 거둬 자연보호 단체에 기부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