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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강아지 공장’ 동영상에 경악

입력 | 2007-12-18 03:01:00


더러운 우리서 집단 사육

“유명 가게에 납품” 밝혀져

쇠로 만든 수백 개의 우리가 3층으로 쌓여 있다. 우리 안에는 강아지가 서너 마리씩 갇혀 있다. 강아지들은 낯선 방문자가 반가워 철망에 매달리며 난리지만 배설물을 제때 치워주지 않은 탓에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애완견 천국인 미국에서 ‘퍼피’(puppy·강아지)란 단어는 특별한 지위를 지닌다. ‘누구나 사랑하고 보호해야 하는 절대적 애정의 대상물’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런 미국에서 최근 ‘강아지공장(Puppy Mill)’의 실태가 폭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애완동물보호단체인 ‘인간적 사회(Humane Society)’는 최근 퍼피밀의 실태를 조사한 동영상(사진)을 공개했다.

동영상에 따르면 패리스 힐턴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애용하는 베벌리힐스의 고급 애완견 가게조차 캔자스 주나 오하이오 주 등에 있는 강아지공장에서 강아지를 공수해 판매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게에선 몰티즈 한 마리에 2500달러가량을 받는다.

이 단체는 미국 내 1만여 곳의 강아지공장이 연간 200만∼400만 마리의 강아지를 공급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강아지공장이 문제인 것은 사육 방식이 비인도적이라는 점 때문. 수백 마리를 한꺼번에 우리에 가둬 키우면서 암컷의 발정기 때마다 수정을 시켜 새끼를 낳게 한다. 일반인에게는 사육 장소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미국에선 서울의 퇴계로 동물병원 거리처럼 애완견을 파는 곳이 모인 거리를 찾기 어렵다. 대개는 애완견 용품점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강아지를 구한다.

대부분은 자신이 산 강아지가 한두 마리의 순종 암수 성견을 정성껏 키우며 새끼를 분양하는 전문 브리더(breeder·번식업자)에게서 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강아지공장 출신일 가능성이 크다고 이 단체는 주장했다.

버지니아 주의 경우 정식 면허를 가진 브리더는 16명인데 실제 영업 중인 브리더는 1000명이 넘는다.

미국에선 주인을 잃은 개는 보호소에서 무료로 입양시켜 주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도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 처리한다. 버지니아 주의 경우 지난해 이렇게 안락사한 개가 4만2602마리에 이른다.

애견보호 단체들은 “개를 키우고 싶으면 보호소에서 입양해 달라”고 호소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