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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특검법’과 2008 총선

입력 | 2007-12-18 03:01:00


17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이 내년 4월 치러질 18대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특검법은 내년 2월 차기 대통령 취임 전까지 수사를 마치고 관련자를 기소하게 하는 등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에 대비해 내년 총선용으로 구상됐다는 관측이 많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후 구상하는 정치 지형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명박 효과 감소론” vs “특검 역풍”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 측이 ‘이명박 특검법’으로 새 대통령 취임 직후 수개월간 형성되는 높은 지지율을 상쇄하고 총선 정국에서 ‘이명박 효과’를 누그러뜨려 정치적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우선 특검 준비기간(7일)을 이전 특검보다 대폭 줄여 수사에 빨리 착수하도록 한 것은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심리를 위축시키고 ‘당선 불인정’이라는 정서를 확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여론의 쏠림 현상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새 정부의 국정 방향과 비전을 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과 조각(組閣)을 앞둔 시기에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 대통령 당선자의 힘이 빠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자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돼 세금, 규제 완화 등 경제대통령 행보를 하려는데 또다시 BBK 실소유주 논란이 불거지면 유권자들은 ‘지겹다’며 정치 혐오증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들이 현실화하면 총선 정국에서 한나라당이 업고 가려던 ‘이명박 효과’는 반감되고 ‘부패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주장이 유권자에게 먹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검 결과 검찰의 BBK 사건 수사결과와 별 차이가 없다면 대통합민주신당 등 ‘이명박 특검법’을 추진했던 정치 세력은 “정치 공세용으로 특검을 추진했다”는 비판과 함께 ‘특검 역풍’에 좌초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신당 측은 자신들이 추진한 특검의 부메랑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 특검 수용 유도하며 총선 승부수

노 대통령이 전날 ‘BBK 사건 재수사 지휘권 검토 지시’ 카드로 사실상 ‘이명박 특검법’의 국회 통과를 유도한 것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번 특검으로 BBK 사건은 총선 정국까지 뇌관이 완전히 해체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게 됐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대선 이후 전개될 범여권의 재편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명박 특검법’으로 총선 정국이 ‘부패 대 반부패’ 구도로 짜인다면 범여권은 대선 승패와 관계없이 결집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대선 후 범여권이 지리멸렬해지면 노 대통령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지역균형발전정책 등 현 정부의 정책과 가치도 허물어질 것이란 청와대의 위기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총선을 겨냥해 범여권 대주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 그동안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수시로 노 대통령과의 ‘선 긋기’를 시도했다. 이에 청와대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노 대통령과 청와대로 돌리기 위한 수순이라며 불쾌해했다.

노 대통령의 ‘선택’은 대선보다는 대선 이후 정국 밑그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됐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영상취재 : 신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