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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선거운동’ 5년전 같은 열기 실종… 왜?

입력 | 2007-12-18 03:01:00


편향성에 신뢰 잃어… 누리꾼 외면

2002년 12월 19일 대통령선거일 하루 동안 당시 민주당의 홈페이지를 방문한 누리꾼은 88만 명이나 됐다. 대선 직후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 ‘아날로그 선거운동에 대한 디지털(인터넷) 선거운동의 승리’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다시 대선의 계절이 찾아왔지만 인터넷 열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이번 대선에서 인터넷은 전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단언할 정도다.

○ 시들해진 ‘인터넷 매력’

6월 민주항쟁 이후 이른바 ‘1노 3김’이 격돌한 1987년 대선은 ‘군중집회에 몇 명을 끌어 모을 수 있느냐’의 싸움이었다. 이 과정에서 각 후보 진영은 유세장에 대거 유권자를 ‘동원’했고 청중 수를 실제보다 훨씬 부풀리기도 했다.

전통적인 유세전에 TV의 영향력이 다소 커진 1992년 대선에 이어 1997년 대선에서는 후보 간 TV 토론이 본격 도입됐다.

2002년 대선 때는 인터넷의 영향력이 급증했다. 양승찬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2002년의 인터넷 대선 열풍은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인터넷이란 공간이 새로웠고 기존 언론과 다른 인터넷 매체도 신선하게 느껴져 대중적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다.

특히 야권(野圈)보다 여권(與圈)이 인터넷의 힘을 빨리 인식했고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김대업 폭로’ 등 정략적 목적을 지닌 네거티브도 적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는 인터넷의 매력이 크게 시들해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윤성이 교수는 “2002년에는 오프라인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던 진보 진영이 인터넷에서 지지자 동원의 희망을 봤지만 이후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 진영도 대거 온라인 공간으로 진출하면서 ‘인터넷=진보’라는 2002년의 공식이 깨졌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안모(26) 씨는 “대학생이던 2002년 때는 정치를 통한 변화를 믿었고 인터넷 여론 선거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하지만 내 손으로 뽑은 정권은 나를 ‘88만 원 세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2002년 대선 때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며 큰 인기를 누린 일부 친여(親與) 인터넷 매체는 정치적 편향성과 신뢰도 저하, 선정성 등으로 누리꾼들의 호응이 크게 줄었다.

웹사이트 분석 기관인 랭키닷컴의 문지은 과장은 “(신문 같은) 오프라인에서 관심을 얻지 못한 이슈는 온라인상에서도 그다지 화제가 안 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 정치 무관심―불신도 주요 영향

인터넷의 대선 냉기(冷氣)는 심화된 정치 무관심과 정치 불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제일기획이 최근 국내 5대 주요 도시 거주자 13∼59세 국민 3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치에 대한 관심도는 2003년 23%에서 2007년 13.8%로 떨어졌다. 반면 주식, 증권 같은 재테크에 대한 관심도는 4%대에서 9%대로 늘었다.

누리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만한 긍정적인 대선 이슈는 보이지 않고 상대의 약점을 헐뜯는 네거티브 선거가 대세를 이룬 것도 인터넷의 열기를 잠재운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