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3월 2일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가 당선되면 총리직을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17일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회의에서 이같이 밝히고 자신이 총리가 되더라도 대통령과 총리와의 권력 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가 만장일치로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10일 자신을 후계자로 공식 지지한다고 표명한 뒤 곧바로 푸틴 대통령에게 총리직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공식 견해를 밝히지 않았었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에서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가 당선될 경우 푸틴 대통령이 퇴임 후 총리직을 맡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 3선 연임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는 푸틴 대통령은 ‘후계자를 대통령에 지명하고 자신은 총리를 맡는’ 방법을 통해 앞으로도 영향력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올해 42세에 불과하고 정치 경험이 부족한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가 대통령직 수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그를 낙마시킨 후 다시 권좌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