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세론'과 이를 무너뜨리기 위한 BBK 의혹 제기 등 네거티브 공방전이 1년 내내 지속된 한 해였다.
17대 대선전이 진행된 올 한 해는 '이명박 대 반(反)이명박'의 싸움이라고 불릴 만큼 '이명박 대세론'을 지키려는 측과 공격하는 측간의 대결이 이어졌다.
특히 선거를 불과 사흘 앞두고 이명박 후보의 "BBK를 설립했다"는 육성이 담긴 2000년 10월 광운대 강연 동영상이 공개되고, 노무현 대통령이 BBK 재수사 검토 지시를 내리면서 대선 정국은 막판까지 요동쳤다.
이번 대선전 역시 검찰의 대선주자 관련 수사가 주요 변수가 됐고, 선거 직전 소위 '이명박 특검법'안 처리를 둘러싼 국회 내 육탄전까지 발생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했다.
지난해 10월 북핵실험 이후 시작된 '이명박 독주 체제'는 한나라당 경선, BBK 및 도곡동 땅 의혹 제기, 이회창 후보 출마를 전후해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좀처럼 흔들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범여권은 연초부터 새판짜기에 들어가며 이명박 대세론 격파에 안간힘을 다했지만 고 건 전 총리 등 잠룡들의 잇단 낙마 속에 '정권 책임론'의 멍에를 쉽사리 벗지 못했다.
진정한 보수를 기치로 대선정국 막판에 출마한 이회창 후보는 한때 20%대 지지율을 보이면서 2위 후보로 치고 나갔으나 검찰의 BBK 무혐의 결과 발표 이후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이번 대선은 선거를 앞두고 범여권의 탈당→창당→합당 등 이합집산이 이어지고 한나라당 경선 이후 이회창 전 총재가 탈당해 출마, 정당 정치와 책임 정치의 실종이라는 비난도 낳았다.
여론 조사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 것은 또 다른 대선 풍속도였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에게 대의원 투표에서는 이기고 여론조사에 밀려 패했듯이, '여론조사 대선'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여론 조사가 대선정국을 사실상 좌지우지했다.
이 과정에서 여론조사 조작, 편향성 시비 등의 문제가 제기돼 정치권의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개선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제기됐다.
올 대선 과정에서는 첨단 정보통신 기술도 한 몫했다. 주요 후보들이 유세 상황을 위성생중계 시스템을 통해 전국의 유세 차량에서 동시에 보여줬고, 범여권 경선 과정에서는 모바일(휴대전화) 투표가 첫 선을 보였다.
1월부터 시작된 범여권의 새판짜기 움직임이 올 대선 정국의 스타트를 끊었다.
열린우리당 염동연, 천정배 의원 등 6명의 선도 탈당으로 시작된 대선을 앞둔 범여권의 대장정은 2월 김한길 의원 등 23명의 집단 탈당 등 분당 사태에 이어 5월 탈당파 의원들의 중도개혁통합신당 창당 등으로 이어졌다.
범여권의 이합집산은 이어 6월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간의 중도통합민주당 창당, 7월 범여권 4개 정파간 통합 합의 등을 거쳐 8월 열린우리당 해체와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으로 1막을 내렸다.
하지만 싸늘한 여론은 좀처럼 범여권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대선 승리를 위한 범여권의 세력 재편은 신당의 대선 주자로 정동영 후보가 확정된 이후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협상으로 이어지며 선거 막판까지 계속됐다.
범여권 유력 주자의 잇단 낙마도 대선 구도를 바꿔 놓았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고 건 전 총리가 1월 중순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을 해 정치권에 충격을 줬다. 고 전 총리의 대권 포기는 범여권 유력주자 부재 현상 심화로 이어지면서 한나라당 독주 체제를 가속화시켰다.
4월에는 범여권의 또 다른 잠룡으로 거론됐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도 나왔다.
반면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지난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범여권에 합류해 대선 레이스에 참여했으나 고배를 들어야 했다.
역대 정당 경선 사상 가장 뜨겁고 격했던 올 여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이번 대선의 하일라이트였다.
한나라당 독주체제 하에 "예선 승리가 본선 승리"라는 인식 속에 치러진 만큼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는 사생결단식 싸움을 벌였다. 장외경쟁까지 합해 1년2개월에 이른 대장정이었다.
새로운 정당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은 검증청문회 도입 등 성과도 적지 않았지만 두 주자간의 싸움 속에 당 내분 등 적지 않은 생채기를 남기기도 했다.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BBK 주가조작 관련 의혹은 본선 막판까지 최대 변수였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둔 11월 중순 BBK 핵심 인물로 미국에 수감 중이던 김경준 씨가 송환되면서 대선 판도가 요동을 쳤다.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부터 제기됐던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다스 차명 보유 의혹 제기는 본선에서도 이어졌다.
선거를 사흘 앞두고는 이 후보의 지난 2000년 광운대 강연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대충돌이 벌어졌다. 반이(反李) 진영은 이명박 후보의 사퇴를 일제히 요구했고, 이 후보는 "새로운 공작"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검찰 재수사 검토 지시와 맞물려 논란은 증폭됐고, 이 후보는 자신을 겨냥한 특검법안 전격 수용 카드를 내놓으며 막판 표심 단속에 들어갔다.
2002년 대선이 병풍(兵風) 등 네거티브 공세로 지지율이 크게 출렁였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막판까지 지속된 네거티브 공세가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소위 '이명박 동영상' 공개가 이 후보의 지지율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과 오히려 제2의 '초원복국집' 사건이 되면서 역풍 속에 이명박 후보 지지층의 결집을 이뤄낼 것이라는 전망은 엇갈렸다.
윤경주 폴컴 대표는 17대 대선의 특징에 대해 "범여권의 경우 기존의 도덕성, 개혁성이 많이 탈색되고 무능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반면 한나라당 진영은 부패·수구 이미지를 다소 벗어내고 능력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이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