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가리 등 연쇄피해… 환경부 실태조사 시작
전문가들 “생태계 완전복원 20년이상 걸릴것”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로 훼손된 주변 생태계가 복원되는 데 2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사고 해역 바다의 생태계는 전반적으로 파괴된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부는 1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조사팀을 꾸려 오늘 내일 중 생태계 훼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 한 달 안에 실태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기름 유출로 해양 생태계 파괴
이날 환경부는 이번 기름 유출 사고로 플랑크톤에서 새 등에 이르기까지 해양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산소와 햇빛이 차단되면서 어패류 등이 폐사해 양식 어민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미생물, 해조류, 저서동물(갯벌 등에서 살아가는 동물) 등도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또 논병아리 오리 가마우지 갈매기 등 해양이나 연안습지에서 사는 새들도 피해가 클 것으로 봤다. 모래해안 지역에서 서식하는 큰고니 말똥가리 등 멸종 위기종 조류 역시 오염된 어패류를 먹어 간접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갯벌은 기름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위에 모래나 흙이 쌓이며 오염 부분이 침강해 암반까지 도달하는 경우가 있다”고 우려했다.
○ 5년 지나야 조개류 회복 뚜렷해져
전문가들은 응급 복구가 이뤄진 몇 개월 뒤에는 플랑크톤 등 부유생물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1년 뒤에는 저서동물 중 ‘가시버들갯지렁이’가 살기 시작한다.
사고 3년 뒤에는 해조류 갯지렁이류 등이 회복되며 암반에 붙어 사는 생물군락도 서서히 살아난다. 사고 5년 뒤에는 조개류의 회복이 뚜렷해지고 일부 다년생 식물도 서서히 관찰된다. 또 암석 해안의 생물군락은 대부분 회복 단계에 들어간다.
10년이 지나면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염하구를 비롯해 모래해변, 암석해안, 간석지에서 거의 모든 생물종이 회복단계에 진입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사고 20년이 지나야 대부분의 생물종이 완전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촬영 : 전윤경 동아일보 객원기자
■ 피해보상 어떻게
오염실태 촬영-수산물 냉동보관을
관광객 감소따른 손해는 인정안돼
8일 오후 충남 태안군청 대강당에서는 해양수산부 오염피해조사지원단 주최로 피해보상 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소개된 피해보상 방법과 절차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Q 오염사고의 보상 책임은 누구에게 있고 최대 보상 액수는 얼마인가.
A 1차적으로 사고선박 소유자가 책임보험을 통해 배상하며 선주책임한도(1300억 원)를 초과하거나 면책되는 경우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에서 최고 3000억 원까지 보상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전체 피해액을 3000억 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Q 피해보상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
A 어민 등 피해자는 사고선박이 가입한 보험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상호 합의해야 한다. 합의가 안 되면 사고 발생국 법원에서 민사소송이 진행된다. 오염사고로 피해를 본 개인, 조합, 단체, 국가 등 누구나 손해 발생일로부터 3년, 사고 발생일로부터 6년 안에 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
Q 증거자료는 어떻게 확보하나.
A 유출된 기름은 조류, 파도에 의해 흩어지기 때문에 서둘러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오염된 해역과 어장은 사진보다 비디오로 촬영하고 오염 수산물은 비닐이나 유리병에 담아 수거일자, 장소를 기재해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Q 어떤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나.
A 휴업이나 어획 감소로 인한 어선어업 피해, 해조류 및 어패류의 폐사로 인한 양식·축양어업 피해, 폐사나 품질 저하로 인한 정착성어업(위판체제나 개인판매) 피해, 방제작업 비용, 숙박업 피해 등이 보상 대상이다. 보상액은 피해자의 평균소득 수준 등을 고려해 정한다. 하지만 오염되지 않은 수산물의 가격 하락, 해수욕장 관광객 감소 등에 따른 손해는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태안=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