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수립해 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기획하고 실행한 양정철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이 홍조근정훈장을 받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주재한 국무회의는 ‘국정 과제 추진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성실한 자세로 직무에 정려한’ 공로로 훈포장을 수여하는 공무원 206명 명단에 양 비서관을 포함시켰다. 강제 폐쇄한 기자실을 헌병과 전투경찰이 지키는 장면으로 전 세계 선진 민주국가에 웃음거리가 된 이 정권이 또 하나의 소극(笑劇)을 보탠 것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양 비서관에게 훈장을 주는 이유를 설명하며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양 비서관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기자실 폐쇄의 실무 주역이 양 비서관임을 비로소 자백한 것이다.
한국의 민주 언론사를 유린한 망나니로 기록될 양 비서관은 이 정권이 부르짖던 이른바 ‘언론 개혁’의 가면을 스스로 벗은 인물이다. 언론노보 기자 출신인 그는 나산그룹 한보그룹 등 부도난 회사의 홍보실을 전전하다가 노무현 캠프에 줄을 대 청와대에 들어갔다. 그 뒤로 노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증오심을 간파하고 청와대 브리핑과 국정 브리핑에 ‘저주의 굿판을 집어 치우라’ ‘하이에나 언론’ 같은 저질 막말을 쏟아내 3급 행정관에서 1급 비서관으로 고속 승진했다. 그는 최근에도 안영배 국정홍보처 차장과 함께 국방부를 찾아가 빨리 기자실에 못질을 하라고 압박한 주역이다.
양 비서관은 청와대 386 운동권의 도덕적 타락의 상징으로 숱하게 거론됐다. 2005년 8월에는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었던 디지털방송 선포식 행사의 비용을 삼성그룹에 분담하라고 요구하는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나 공개 사과를 했다. 지난해에는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가 잘 안되자 “배 째 드릴까요”라는 협박을 한 당사자로 지목받기도 했다.
이 정권은 한국언론사에 영원히 오점으로 남을 국민 알 권리 침해를 자행하고도 모자라 그 하수인에게 훈장을 줌으로써 언론 탄압 광기(狂氣)의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