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17일 정오경(한국 시간 18일 새벽) 미국 하와이 부근 해상에서 첫 미사일 공중요격 실험에 성공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이날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 ‘곤고’에서 발사된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SM3)은 하와이 카우아이 섬의 미 해군시설에서 발사된 표적용 모의 탄도미사일을 대기권 밖에서 정확히 요격해 파괴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곤고가 섬에서 수백 km 떨어진 해상에서 대기하다가 표적용 미사일이 발사된 순간 레이더로 탐지를 시작해 약 4분 뒤 SM3를 발사했으며 SM3는 다시 3분 뒤 고도 100km 이상의 우주공간에서 모의탄도미사일 탄두를 명중시켰다고 전했다.
SM3에 의한 요격실험은 지금까지 미군이 13차례 실시해 11차례 성공했으나 미국 이외의 국가가 발사 실험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험에 쓰인 표적용 미사일은 북한이 보유한 중거리미사일 ‘노동(사거리 약 1300km)’을 상정해 모의탄도미사일 발사 후 미사일 추진부분과 탄두부분이 분리되는 ‘노동형’을 사용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이날 미 해군 발사장에서는 에토 아키노리(江渡聰德) 방위성 부장관과 미 국방성의 헨리 오베린 미사일방어국장이 요격 과정을 화상으로 지켜보았다.
일본은 이번 실험 성공에 따라 3월부터 전국 배치에 들어간 지상배치형 지대공 미사일인 패트리엇3(PAC3)와 함께 미사일방어(MD)시스템을 본격 가동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됐다.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도입한 MD체제는 대기권 밖을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을 SM3로 요격한 뒤 놓칠 경우 지상에서 PAC3를 발사해 떨어뜨리는 2단계로 구성됐다.
일본은 다음 달 초순부터 SM3의 실전 배치에 들어가 2010년도 말까지 SM3 탑재 이지스함을 사세보(佐世保)항 등 동해 쪽에 3척, 수도권의 요코스카(橫須賀)항에 1척 배치할 계획이다.
AC3는 2012년까지 11개 지역에 16개 세트를 배치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모두 1조 엔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한편 미국이 동유럽권에 구축하려는 MD체제에 맞서기 위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 온 러시아가 17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러시아 해군은 이날 북극해 인근 바렌츠 해의 툴라 핵잠수함으로부터 발사된 신형 ICBM 미사일이 목표 지점인 캄차카 반도의 쿠라 실험장의 타격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니콜라이 솔로프초프 전략로켓부대 사령관은 이날 “우리는 5년 내에 어떠한 미래의 MD체제도 뚫을 수 있는 새로운 미사일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동유럽 내 MD기지 구축을 강행할 경우 이는 러시아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보도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