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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권 실정 평가가 최대 이슈… 한방도 흐지부지”

입력 | 2007-12-19 03:00:00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본 17대 대선

올해 동아일보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KRC)는 대선 관련 여론조사를 22차례 실시했다. 올 한 해 언론사들이 여론조사기관과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를 모두 합하면 100회가 넘는다.

대선 정국에 반응하는 표심을 가장 가까이에서 분석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18일 ‘올해 대선에 영향을 미친 변수’로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출마, ‘BBK 사건’ 수사, 범여권 단일화 실패, 유권자들의 탈이념화 등을 꼽았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는 “대선 구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변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는 등락을 겪긴 했으나 지난해 10월 이후 주요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지지도 1위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었다.

▽현 정부에 대한 반감 깊어=이처럼 일방적 구도가 이어진 데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효명 리서치앤리서치 선임연구원은 “올해 대선 정국에서는 현 정부에 대한 평가 심리가 담긴 ‘회고 투표’ 성향이 강하게 드러났다”며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출마해 구도가 흔들렸을 때에도 이런 구조적 요인이 커서 대세에 지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2002년에도 김대중 정부의 인기가 낮았지만 노무현 후보는 국민 경선이라는 새로운 제도와 자신이 가진 흡인력을 선거 구도에 반영해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며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그 같은 일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상일 TNS코리아 이사는 “개혁적이라고 인정하든 않든, 경제와 실천이 뒷받침되지 못한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너무 컸다”며 “이명박 후보는 그 반사 이익의 최대 수혜자”라고 분석했다.

이 이사는 “이회창 후보의 출마,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BBK 수사 등 대선 이슈들이 없지 않았지만, 그런 것들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선호도를 떨어뜨리지 못했고, 아예 불발로 끝난 이슈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이명박 후보 본인에 대한 이슈 외에는 판세를 뒤흔들 만한 이슈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 방’ 없었던 대선=다른 전문가들도 ‘올해 대선 변수들 중 한나라당 일방 독주 구도를 바꿀 만한 것은 없었다’는 데 동의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연구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역할과 보수 분열, BBK 사건 수사를 중요 변수로 꼽으면서도 이것들이 모두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올해 상반기까지 고건 전 국무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낙마에 영향을 미쳤지만 정동영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선출된 뒤에는 별 역할을 하지 않았고, 이회창 후보의 출마도 이명박 후보보다는 정동영 후보에게 더 타격을 줬다는 것.

이 연구원은 “오히려 이회창 후보 출마가 이명박 후보와 정 후보의 지지도 격차가 계속 벌어져 있게 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며 “이회창 후보가 결과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위한 ‘페이스메이커’ 역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외부 요인’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았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명박 후보가 불리할 때마다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 신정아 의혹 사건,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등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 대형 사건들이 ‘적시’에 터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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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정당 대신 인물에 초점=전문가들은 올해 대선에서 정당과 지역구도가 영향을 발휘하지 못한 가운데 유권자들이 후보 개인의 인물 경쟁력을 중시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경주 폴컴 대표는 “올해 대선에서는 정당이나 지역 구도보다는 인물 경쟁력이 그 어떤 선거보다 중요했다”고 분석했다.

윤 대표는 “기본적으로 유권자들의 이념 성향이 상당히 보수화됐고, 한나라당의 ‘부패’ 이미지나 범여권의 ‘개혁’ 이미지가 양쪽 모두 옅어졌다. 그 결과 유권자들이 도덕성·개혁성이 아니라 국정수행능력을 중심으로 후보를 평가하는 성향이 확연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특징에 대해서는 ‘지역주의를 극복한 것’이라는 긍정 평가와 ‘정당정치가 붕괴한 것’이라는 비판이 함께 나왔다.

이상일 이사는 “과거에는 후보가 표를 얻어 가는 방식이 지역 요소 등 맹목적 지지 성향에 의존하는 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 판세는 유권자들이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윤치호 현대리서치 연구2부장은 “이명박 후보의 지지층이 고정돼 있는 가운데 대선 이슈가 돼야 할 것들이 묻혔다”며 “정상적인 선거 행태는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인터넷 선거운동이 과거와 같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원성훈 코리아리서치센터(KRC) 사회여론조사부장은 “동영상 손수제작물(UCC) 등 새로운 매체의 영향력이 별로 없었다. 판세가 워낙 일방적으로 짜여 파급력을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주요 언론사가 발표한 마지막 대선 여론조사 (단위: %)여론조사기관이명박정동영이회창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12일)40.215.112.4조선일보·한국갤럽(12일)45.417.513.6

중앙일보·SBS·TNS코리아(11∼12일)44.715.713.1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12일)41.716.610.9MBC·코리아리서치센터 (12일)39.814.713.3YTN·한국리서치(11∼12일)46.116.214.0

문화일보·디오피니언(12일)45.616.117.8한겨레·리서치플러스(12일)44.314.410.9CBS·리얼미터(11∼12일)45.016.012.9매일경제·MBN·메트릭스(12일)44.216.413.7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