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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제자 사랑에… 신치용 감독의 눈물

입력 | 2007-12-19 03:03:00


“한 달 동안 라면만 먹고 살았어요.”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간판 공격수로 1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은퇴식을 가진 신진식(32)의 근황이다. 그는 11월 호주 시드니 맥쿼리대로 어학 연수를 떠나 ‘라면 애호가’가 됐다고 했다. 홀로 자취를 하며 학교 등록, 전화 신청 등을 하느라 밥을 해 먹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진식은 “연말에는 가족과 함께 호주로 떠나니 라면 신세는 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면 먹었다는 얘기는 신치용 감독님께 절대 비밀로 해 달라”고 했다. 항상 ‘음식을 잘 챙기라’고 당부하던 신 감독에게 혼난다는 것.

신 감독은 신진식과 김상우 방지섭의 은퇴식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지켜봤다. “1년은 더 뛸 수 있다”는 신진식에게 “빨리 미래를 준비하라”며 은퇴를 제안한 게 신 감독이었다.

“지금이 바로 진식이가 제2의 인생을 준비할 때라고 믿었습니다. 지도자 수업은 물론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해야 외국인 선수와도 호흡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죠.”

신 감독은 이날 은퇴 선수들과 함께 저녁 식사 후 노래방을 찾았다. 신진식은 뽕짝, 배구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김상우는 발라드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월드 스타’ 김세진은 현란한 춤 실력을 자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신 감독이 구석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였다. 경기장에서 언제나 냉정함을 잃지 않던 그의 얼굴은 어느새 눈물로 젖어 있었다.

“내 자식 같은 놈들입니다. 편안한 울타리를 벗어나 약육강식의 세계로 내보낸 게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도 잘 해내겠죠.”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