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는 어떤 공연이 무대에 오를까. 내년은 한국 신극 100주년이 되는 해. 연극계는 다양한 기념 공연을 준비 중이다. 내년 개관 30주년을 맞는 세종문화회관은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 등 푸짐한 상차림을 준비했다. 그러나 개관 20주년을 맞는 서울 예술의 전당의 경우 오페라극장 화재 복구공사로 개관 기념 공연이 줄줄이 취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분 보수냐 전면 보수냐를 놓고 고민하던 예술의 전당 측은 예산만 확보되면 10개월에 걸친 전면 보수에 들어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내년에는 오페라극장에서의 공연은 상당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올해 국내 최고 흥행작이 된 신개념 서커스 ‘퀴담’의 성공에 힘입어 세계 최대 공연단체인 ‘태양의 서커스’가 두 번째 내한 공연작 ‘알레그리아’로 다시 찾아온다. 알레그리아는 1994년 초연 후 지금까지 9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은 작품. ‘퀴담’처럼 잠실 종합운동장 내 전용극장을 짓고 10∼12월 공연한다.
올여름 인기를 모았던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 팀도 내년 5월에 돌아온다. 샤롯데극장에서 내한공연 팀의 3개월간 공연이 끝나면 뒤 이어 첫 한국어 라이선스 버전 ‘캣츠’가 5개월간 공연한다. 35마리의 고양이들이 8개월간 장기 공연에 성공할지 관심거리다.
내년 6월 처음 내한하는 ‘블루맨그룹’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파랗게 칠한 세 명의 ‘블루맨’들이 객석과 소통하며 벌이는 세계적인 히트 퍼포먼스. 뉴욕과 런던에서는 소극장에서 공연했지만 국내에서는 대극장 버전인 ‘하우 투 비 어 메가스타2.0’으로 선보인다.
연극
신극 100주년 기념 공연이 가장 큰 관심거리다. 한국연극협회는 아르코예술극장과 연중 공동기획으로 3, 6, 12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아르코 대극장과 소극장에서 ‘한국 신극 100년 기념공연 시리즈’를 무대에 올린다. 구체적인 작품은 논의 중.
10월 정동극장에서는 ‘은세계’가 공연된다. ‘은세계’는 1908년 원각사에서 공연된 한국 최초의 신극. 손진책 극단 미추 대표가 연출을 맡는다.
해외 연극으로는 4월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미국 연극 연출가 리 브루어의 ‘인형의 집’이다. 주인공 노라는 키가 큰 여성인 반면 노라의 남편 등 남자는 왜소증으로 설정됐다. 집과 가구는 모두 남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노라는 ‘인형의 집’에 와 있는 듯 몸을 집에 맞춰야 하는 독창적인 설정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이 밖에 1년 내내 이어지는 ‘연극 열전2’도 인기를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클래식
내년 클래식 무대는 세계적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빅뱅이 이어진다. 관심을 끄는 것은 10월 핀란드 출신 작곡가 겸 지휘자인 에사 페카 살로넨이 이끄는 로스앤젤레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세종문화회관)의 첫 내한공연이다. 살로넨은 15년째 로스앤젤레스필하모닉을 이끌며 이 악단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지휘자. 러시아 음악과 현대음악 해석에 탁월함을 보이는 살로넨은 스트라빈스키 ‘불새’와 시벨리우스 바이올린협주곡(사라 장 협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1743년 창설돼 세계 최고(最古)의 역사를 지닌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2월 27일 서울예술의 전당)의 4년 만에 갖는 내한연주회도 주목된다. 라이프치히 성토마스 합창단과 함께 바흐의 ‘b단조 미사’ 전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이 밖에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11월), 유롭스키가 지휘하는 런던 필(3월), 정명훈이 지휘하는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9월), 유리 테르미카노프가 이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11월) 등 세계적 오케스트라가 잇따라 내한한다.
팝 콘서트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가 ‘마이 하트 윌 고 온’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팝가수 셀린 디옹이 내년 3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1997년 2월에 이은 두 번째 내한공연.
‘돈트 워리, 비 해피’로 잘 알려진 가수 바비 맥퍼린도 4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맥퍼린은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기계의 도움 없이 4옥타브를 넘나드는 맥퍼린은 내년 1월 25일 서울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히트곡을 들려준다.
내년에 처음 한국을 찾는 비요크는 2월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아이슬란드 출신인 비요크는 배우로도 유명해 2000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라스 폰 트리에의 작품 ‘어둠 속의 댄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용
세계 3대 발레단 중의 하나인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내한공연이 눈에 띈다. ABT는 7월 31일부터 8월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돈키호테’를 선보인다.
영화감독, 오페라 연출가로도 유명한 장이머우(張藝謀)의 무용극 ‘홍등’도 관심거리. 장 감독의 영화 ‘홍등’을 중국 전통 무용과 발레를 결합한 작품으로 10월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시작해 지방공연을 거쳐 10월 29, 30일 서울국립극장에서 공연한다.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슈는 3월 13∼16일 LG아트센터에서 도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네페스’(터키어로 ‘숨’이라는 뜻)를 선보인다. 포르투갈을 소재로 한 ‘마주르카 포고’, 한국을 소재로 한 ‘러프 컷’에 이어 선보이는 ‘네페스’는 터키 이스탄불의 고색창연한 풍경과 파도, 폭풍우 등의 이미지를 무용으로 담았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