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여는 ‘작은 잔치’에 요리가 빠질 순 없다. 맛있고 정갈한 음식을 먹으며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면서 한 해를 정리하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푸짐한 상차림은 부담스럽다.
웰빙 열풍을 타고 몸무게를 조절하느라 배가 터질 듯이 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 ‘먹자판’으로 흐르지 않도록 간결하면서 세련되고 손쉬운 상차림. 음식 장만의 고민을 덜어보자.
○ 부담없는 재료 대중적-보편적 식재료 무난… 뷔페식 상차림이 이용편리
전통적인 손님상은 한 상에 음식을 가득 내어 놓는다. 음식이 많아 보기에는 좋지만 사람마다 식성이 달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 못할 우려도 있다. 각자 원하는 요리를 먹을 만큼 가져가는 뷔페 방식이 간편할 때가 많다.
아파트에서도 뷔페를 즐길 수 있다. 주방 식탁에 몇 가지 음식을 차려두고 거실에 상을 차리면 된다. 손님들이 식탁과 상 사이를 오가면서 음식을 즐기면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파티 분위기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30명 이상의 손님도 종종 치른다는 요리연구가 최신애 씨는 “뷔페식은 나이 어린 손님부터 나이 많은 어른까지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파티라고해서 특별한 재료를 쓸 필요는 없다.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식재료가 좋다. 맛은 익숙한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너무 화려한 음식을 차리면 파티 참석자들에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답례 파티를 열기가 꺼려지기 때문이다. 소통을 위한 파티라면 참석자들의 입맛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생각해야 한다. ‘방배동 선생’으로 알려진 요리연구가 최경숙 씨는 “소박한 재료와 음식으로 손님들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입에 쏘옥∼ ‘말이형’ 음식이 먹기편해… 메인음식은 육류 해물 밥 고르게 준비
파티용 음식은 편리하게 먹을 수 있도록 차리는 게 중요하다. 이런 때 유용한 요리가 한 손에 집어 먹을 수 있는 ‘핑거 푸드’. 자신의 접시에 덜기도 편하고 먹기에도 편하다.
영화 ‘식객’의 음식감독을 맡았던 요리연구가 김수진(푸스앤컬쳐코리아 대표)씨는 “한국 음식을 핑거푸드로 만드는 비법은 돌돌 말아내는 ‘말이’에 있다”며 “음식 색깔에 맞춰 그릇 모양과 색상에도 조금만 신경 쓰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예컨대 잡채를 그릇에 수북하게 담아 놓기보다 ‘핑거 푸드’로 만들면 세련돼 보인다. 김 씨는 “왼손으로 잡채를 잡고 오른손 두 번째와 세 번째 손가락 사이에 잡채를 끼워 돌돌 말아서 접시 위에 살짝 빼놓으면 훌륭한 핑거푸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채 요리로 우유와 잣으로 만든 타락죽, 단호박죽, 완두콩죽도 추천했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메인 음식은 육류와 해물, 밥 등을 고루 준비하는 게 원칙이다. 김 씨는 육류 음식으로 한입에 먹기 좋은 쇠고기 말이 등을 권유했다. 포를 뜬 쇠고기 목살에 각종 야채를 채 썰어 넣어 김밥 말듯이 말아 간장소스를 뿌린 프라이팬에서 굴려가며 익힌 요리다. 다 익으면 사선으로 잘라 내놓으면 된다. 그릇에 담아낼 때 솔잎이나 부추, 실파 등 녹색 재료를 깔아주면 더 맛있어 보인다.
비빔밥도 차리는 방식에 따라 훌륭한 메인 음식이 될 수 있다. ‘미니 비빕밥’이란 개념을 담아 속이 비치는 작은 유리볼에 비빔밥을 담아내면 모양이 좋다. 샐러드는 야채와 드레싱을 별도로 준비해 둔다. 식이조절을 하는 사람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들이 적절한 드레싱을 선택할 수 있도록 드레싱에 이름표를 붙여두면 좋다.
○ 유익한 요령들 어른 모실땐 교자상 필요… 맞벌이 부부 와인파티가 부담적어
최신애 씨는 파티의 재미도 돋워줄 수 있는 ‘치자 물을 들인 마밥’을 소개했다. 밥을 할 때 치자물을 넣어 색깔을 낸 다음 퍼낼 때 잘게 썬 생마를 넣으면 되는 음식이다. 색깔이 독특하고 마가 씹히는 맛도 특이해 대화의 소재로도 활용하기 좋다는 것.
그는 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임이라면 아이들에게 음식을 먼저 먹이는 게 좋다”면서 “아이들의 배가 불러야 어른들이 편안히 식사와 대화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는 다른 방에 상을 차려주면 된다.
책상을 활용하면 훌륭한 보조식탁을 만들 수 있다. 책상을 거실로 내어 식탁보를 다리를 가릴 정도로 깔아주면 끝. 거실 한쪽에 책상을 두고 디저트나 음료를 놓아두면 제법 멋이 난다.
어른들도 모시는 모임이라면 별도로 교자상을 준비하는 감각이 필요하다. 어른들은 접시를 들고 왔다갔다하며 음식을 먹는 법에 익숙하지 않으며 앉았다 일어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양음식으로 느끼해진 속을 달래주기 위해 ‘종지에 담은 김치볶음’을 마련해 보자. 얇게 썬 삼겹살을 물에 데쳐 익힌 뒤 아주 잘게 썰어 김치와 들기름을 넣고 볶은 요리다. 종지에 담아 두면 어떤 요리와 함께 먹어도 느끼한 맛을 가시게 해 준다는 게 최 씨의 설명.
맞벌이 부부들은 집에서 음식을 차리는 파티에 부담스러워 한다. 이럴 때는 와인을 주제로 간소하면서도 특색 있는 파티를 열면 좋다.
최경숙 씨는 “요즘 30, 40대 부부는 많은 손님을 한꺼번에 치를 정도의 그릇을 갖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와인으로도 주인의 따뜻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사는 바깥에서 하고 집에서는 와인을 간단히 즐기는 방식이다. 한국적 음식문화는 술을 먹고 나면 국물을 찾는다. 이럴 때 대비해 어묵전골 등을 마련하면 마무리도 깔끔하게 할 수 있다. 여러 명에게 한꺼번에 음식을 내놓을 그릇이 없다면 커피 잔에 어묵꼬치를 담아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